[북 연평도 도발] 김정일 父子, 이 판국에 공연관람… 연평도 포격기념 축하행사?
입력 2010-11-29 21:24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연평도 포격으로 남측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지난 27일 유감을 표명한 직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북측 보도가 북한 당국과 조율돼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북 최고지도부의 이런 공개활동은 유감 표명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국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하루 이틀 늦게 보도하는 북한매체의 관행으로 미뤄, 이번 공연은 28일에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공연에서는 교향연곡 ‘당에 드리는 노래’, 피아노 협주곡 ‘번영하라 조국이여’, 관현악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등이 연주됐다. 김 위원장은 공연 후 “우리 인민의 고상한 정신세계를 예술형상으로 그려내 문화 정서적 요구를 원만히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공연관람에는 군부 최고실세인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해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기남·최태복·홍석형·김양건·최룡해·태종수·김평해·문경덕 당 비서 등 핵심 인물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을 기념하기 위해 당 고위 간부들을 불러놓고 축하행사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미가 28일 서해상에서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훈련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대내외에 알리고자 일부러 공연관람 사실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청해전 등 과거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북한 매체들은 열흘 가까이 김 위원장의 동선을 외부에 숨겼었다.
북한은 29일에도 노동당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면서 또다시 무력공격을 위협했다.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미국과 야합한 남조선 호전광들의 북침전쟁 소동은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호전광들이 다시 도발해 오면 주저 없이 침략자들의 아성을 송두리째 들어내 전쟁의 근원을 깨끗이 청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붙는 불에 키질하는 위험한 도발소동’이란 제목의 이 논평에서 “핵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전쟁연습을 벌려놓은 것은 북침기도와 호전적 정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그것은 가뜩이나 첨예한 사태를 기어코 전면전쟁 발발의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고의적이며 계획적인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