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공포·어지럼증… 피난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세

입력 2010-11-29 18:28


북한의 포격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은 데다 삶의 터전마저 흔들린 연평도 주민들이 심각한 심리적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연평도 피난민들의 임시 숙소인 인천 신흥동 인스파월드 찜질방 2층에 마련된 심리치료 서비스 공간을 찾는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이 가슴 두근거림, 어지럼증 등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7일부터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 한국EAP협회 등과 함께 합동심리상담지원반을 구성, 연평도 주민들의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한 주민은 갑작스러운 폭격을 피해 허겁지겁 달아나며 공포에 떤 기억 탓에 무기력증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1차 폭격 때는 우리 군의 오발사고인 줄 알고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며 정신을 차렸지만,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이 북한군의 것임을 알게 되고 나서 2차 폭격이 시작되자 미처 가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대피소로 도망쳐야 했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은 한 가족의 경우 할아버지는 말을 잃고 헛웃음만 계속 웃었고 며느리는 식욕저하와 두통, 위염 등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면서 “연평도에 돌아가기 싫다”며 극도의 공포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공복감을 호소했고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

이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심리치료사들은 “연평도에서 일어난 전쟁과 같은 사고를 겪은 주민들이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며 “이들이 사회나 일상에 복귀해 적응할 수 있으려면 사회 전반의 심리적 지지, 관심과 도움뿐 아니라 심리치료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글·사진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