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中어깃장에 쓸 카드 없어… ‘천안함 외교’ 재판되나
입력 2010-11-29 21:48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응징하려는 한국 정부의 외교 활동이 천안함 사태 때의 전철(前轍)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천안함 사태 때처럼 노골적으로 북한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우리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을 돕는 국가 리스트에서 중국을 제외한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중국만 빠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과 독대를 포함해 2시간 넘는 대화를 나눴지만 중국은 이 대통령의 거듭된 대북 압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생뚱맞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문제는 ‘외교 결례’에 가까운 일방적 태도를 보인 중국을 움직일 카드가 마땅히 없다는 데 있다. 2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무력시위 성격의 한·미 합동군사 훈련도 북한을 제어하라는 대(對) 중국 메시지가 담겨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의 전폭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신뢰 형성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이며, 중국은 한반도의 현 상태 유지가 이익이 극대화되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한·미·일 공조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여론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다음달 1∼2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정상회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음달 5∼8일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대북 정책기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태 후 전개된 ‘한·미·일 대 북·중’ 대치 구도와 흡사하다.
다만 천안함 때와 다른 점은 러시아의 태도다. 러시아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연평도 도발을 비난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태도는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다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 이란 핵문제를 현안으로 보는 국가들과 연대할 경우 중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중국과 고위급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희망을 걸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다이 국무위원 방한 직후 “영원불변의 입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한국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 대화를 시도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