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출처는 美 국방부 전산망… ‘위키리크스’, 사이버 공격 받고도 공개 강행
입력 2010-11-29 18:11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25만여건의 출처는 허술한 미 국방부 내부전산망(SIPRNet)으로 드러났다.
위키리크스로부터 외교전문을 미리 전달받은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9·11테러 이후 군사·외교 정보공유를 위해 구축한 SIPRNet이 기밀 유출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SIPRNet이 안전하다고 자부해 왔지만 사실상 공무원과 군인 수백만명의 접근이 가능해 비밀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도 외교전문 공개 직전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커 출신인 위키리크스 대표 줄리언 어샌지는 사이트(wikileaks.org)에 대량의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이 가해졌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디도스 공격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많은 ‘좀비’ 컴퓨터를 동원해 특정 웹사이트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지금도 위키리크스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위키리크스는 서브 웹사이트(cablegate.wikileaks.org)를 만들어 문건 공개를 강행했으며 위키리크스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스페인 엘파이스, 프랑스 르몽드도 계획대로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로 인한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외교전문은 통상적으로 수십년간 기밀사항이었으나 25만여건의 문서가 한꺼번에 공개되면서 미국 등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외교의 9·11사태”라면서 국가 간 신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는 “미 외교관은 스파이 활동도 하느냐”는 위키리크스의 폭로 파장을 진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문건 폭로에 앞서 해당국 정부에 미리 이번 내용을 알림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위키리크스 주장과 달리 미국의 외교관은 외교관이지 정보요원이 아니다”라며 다시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