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북한 붕괴 대비 ‘통일한국’ 협의”… ‘위키리크스’, 美 외교전문 25만건 공개 파장
입력 2010-11-29 21:17
‘위키리크스가 전 세계 외교가의 비밀을 폭로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3년간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270개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외교전문(Cable) 25만여건을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외교전문엔 이란 핵 문제 등 민감한 외교사안은 물론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담겨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 붕괴 대비책을 협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총 25만1287건 중 대부분은 기밀해제된 것들이다. 하지만 1만1000여건은 ‘기밀’, 9000여건은 ‘외국인에게 공개금지(noforn)’ 내용이었다.
◇북한 붕괴 후 대비책 마련=한반도와 관련된 문건은 1980개였다. 대부분 북한에 대한 상세 정보였다. 2007년 11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장관 명의로 ‘긴급조치 요구’라는 별도의 지시사항이 담긴 전문이 중국 측에 전달됐다. 전문엔 북한이 이란에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미사일 부품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중국 정부가 이를 차단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었다. 북한은 중국을 경유해 이란에 미사일 부품을 불법 수출한 경우가 최소 10차례인 것으로 돼 있다.
북한은 또 러시아제 R-27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한 BM-25 신형 미사일도 이란에 수출했다. 사거리가 3000㎞ 이상이라 이란에서 발사하면 서유럽은 물론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도 있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이란은 이 미사일을 19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미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붕괴에 대비해 ‘통일한국’에 관한 전망을 협의해 왔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지난 2월 미 정부에 보낸 전문에 ‘통일한국’에 민감하게 반응할 중국을 고려해 ‘상업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뇌졸중으로 외상을 입은 ‘무기력한 늙은이’”라고 비하했다.
◇필요하다면 뭐든지=미 정부는 필요한 정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자국 외교관들에게 유엔 최고위층 인사들이 공무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통신기기의 사양과 비밀번호 등 통신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가디언은 ‘가장 논쟁적인 표적’으로 반기문 사무총장 등 유엔 지도부를 꼽았다. 미 정부는 이들의 신용카드 번호, 이메일 주소, 전화 및 팩스 번호, 항공마일리지 계좌번호부터 DNA 등 생체 정보까지 수집했다. 반 총장의 경우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스타일, 영향력’까지 파악했다. 이 밖에 미 정부는 파키스탄 원전의 방사능 물질이 테러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중국이 자국 정부와 기업 등에 대한 해킹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Key Word 위키리크스
내부고발사이트로 스웨덴에 서버를 두고 2006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익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지는 위키백과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정부나 단체, 기업의 내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설립자 줄리안 어샌지는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제보에 의존하지만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소식만을 사이트에 올린다”며 “이미 공개된 내용, 단순한 소문은 다루지 않는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