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구제금융 850억 유로 받는다

입력 2010-11-29 18:32

아일랜드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850억 유로(약 130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방안이 28일(현지시간) 확정됐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올 들어 그리스(1100억 유로)에 이어 두 번째 구제금융을 받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가 됐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주변국인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전염되는 걸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850억 유로 중 175억 유로는 자체 부담=EU 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IMF 전문가팀이 아일랜드 정부와 마련한 협상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체 850억 유로 구제금융 중 675억 유로는 유로존(금리는 6.05%), EU(5.7%), IMF(5.7%)가 3분의 1씩 부담한다. 나머지 175억 유로는 아일랜드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이는 그리스 구제금융에서는 없던 조치다. AP통신은 아일랜드 국내법과 EU법이 연금을 이런 지출에 사용하는 걸 금지하고 있어 파격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들이 가만히 앉아 손 벌리는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평균이자는 5.8%로 그리스 때보다 다소 높지만 상환기간 등에선 유리하게 조정됐다. 그리스는 3년 뒤부터 빌린 돈을 갚아야 하지만 아일랜드엔 4년6개월이 주어졌다.

이제 아일랜드는 이번 위기를 낳은 부실 은행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고강도 긴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총생산(GDP)의 32% 수준인 재정적자 비율을 2015년까지 EU 권고기준인 3% 이내로 낮춰야만 한다. 목표 시한은 당초의 2014년에서 늦춰졌다.

◇유로존 위기전염 차단하나?=브라이언 코웬 아일랜드 총리는 구제금융안이 타결된 후 더블린에서 “이 나라를 위한 최상의 협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맞게 된 유례없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아일랜드는 다시 전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야당은 즉각 “국민을 빚더미에 몰아넣는 매국적 행위”라며 “비통하고도 유감스런 날”이라고 비난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57%가 “차라리 디폴트가 낫다”고 반응하는 등 국민적 저항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대규모 구제금융이 주변국으로의 확산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까지 구제금융을 받게 됨으로써 투기세력들이 유럽 지역을 과녁 삼아 집중 공격할 수 있다고 AP도 우려했다.

런던&캐피털의 한 분석가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아일랜드가 일시적 안도를 즐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채권 투자가들의 우려는 이제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르투갈은 이미 경계에 와 있어 이르면 수주 안에 구제돼야 할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