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는 같은 담화 되풀이 않기를
입력 2010-11-29 17:51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서해 연평도 공격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앞으로 북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며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담화는 단호한 응징을 다짐했지만 파격적인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간결하고 진솔한 메시지가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담화에서도 동일한 다짐을 했었다. 그때도 “앞으로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미숙한 대응이 되풀이됐다.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쳤던 것이다. 지금은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간절하다. “정부와 군을 믿고 힘을 모아 달라”는 호소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은 두 번의 사건을 통해 군뿐 아니라 청와대의 위기대응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단호한 응징과 더불어 담화에 강조된 것은 국민의 단결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국론이 분열됐던 것과 이번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북한 소행이 워낙 분명하기에 종북세력이 말머리 찾는 데 궁해 있을 뿐이다. 조만간 기발한 논리를 들고 나올 게 뻔하다. 이미 ‘호국훈련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망언을 한 지방자치단체장도 있지 않은가.
담화문은 북한 공격이 일어난 지 6일 만에 나왔다. 이 정도 담화문에 일주일 가까이 걸렸단 말인가. 미국에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 부시 대통령은 외지에 있다가 아침 9시에 보고받고 백악관으로 돌아와 저녁 8시 TV연설로 미국은 건재하다고 연설했다. 즉각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음은 물론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통령 담화문’이란 제목도 정확하지 않다. 연평도 포격은 무장공비 남파나 아웅산 테러 등과 같은 비정규적 방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정규군의 무력에 의한 공격이다. 남북 해군의 서해교전을 연평해전 대청해전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평도 포격을 도발로 보느냐, 공격으로 보느냐는 커다란 차이다. 정부와 군은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