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타작하고 ‘폭행값’ 준 재벌가 2세

입력 2010-11-29 17:49

재벌가 2세가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폭행값’으로 거액을 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MBC의 폭로 방송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해자 구속 수사를 요구하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MBC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 최철원씨는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로 탱크로리 기사 유모씨를 불러 마구 때렸다. 최씨는 야구방망이로 유씨 엉덩이를 13대 때렸고, 살려 달라는 유씨 입에 두루마리 화장지를 밀어 넣은 뒤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모질게 얻어맞은 유씨의 엉덩이는 피멍이 들었고, 입안 살점은 떨어져나갔다. 그만큼 최씨의 폭행은 조직폭력배 두목을 연상시킬 정도로 잔혹했던 것이다. 야구방망이 1대에 100만∼300만원이라고 을러대기까지 한 최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물류회사를 이끌었던 재벌가 2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법치국가에서 돈만 주면 폭행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국민들은 재벌가 2세의 엇나간 행태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씨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인 유씨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합병한 M&M이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SK그룹 본사와 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차량 시위 등을 벌이자 사무실로 불러내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탱크로리를 넘겨받는다는 조건으로 5000만원, 폭행값으로 2000만원을 유씨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최씨 측이 유씨를 폭행하기 10일 전쯤 차량 시위 등을 벌인 유씨를 상대로 7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는 점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긴 것도 모자라 미리 손배소를 제기해 유씨에게 준 돈 7000만원을 되찾겠다는 얄팍한 술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경찰청은 가해자로 지목된 최씨는 물론 위압적인 자세로 현장을 지켰던 임직원 7∼8명의 폭행 가담 여부를 확실하게 밝혀내야 한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뒷말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