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外信의 망신
입력 2010-11-29 17:58
외국 언론이 연평도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무리수가 나오고 있다. 긴급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민망하다. 한국 언론의 흐름만 잘 파악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실제보다 과장된 상태로 전달되면 코리아 리스크도 부풀려진다. 실제 한국에선 큰 혼란이 없는데도 외국 언론 스스로 혼란에 빠져 있는 셈이다.
오보 행렬의 선두는 미국 뉴스채널 CNN이다. 지난 27일 UDT전우회 회원들이 국방부 건물 앞에서 북한에 대한 보복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CNN은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있다”며 서울의 고조된 긴장상태를 전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소화기를 쏘며 맞선 장면을 오해한 것이다. UDT전우회와 경찰이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만 알아도 스케치에 머물 기사다.
영상도 그랬다. 스탠 그랜트 특파원은 시위대에 이리 저리 밀리는 가운데 급박한 논조로 방송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연출이다. 기자가 굳이 시위 현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홍콩지사에서 앵커를 지내고 아시아 각국의 재난 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의 리포트치고는 의외다.
CNN은 지난 27일 생방송에서 “북한이 남한의 전투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가 잠시 후 오보를 확인하고 특별한 사과 없이 “미사일 발사가 아니었다”고 정정했다. 또 바그다드 폭격 사진을 연평도 현장인 것처럼 내보냈다. 국제 뉴스 시장으로 떠오른 한반도에서 한 건 하려는 언론의 상업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로이터 통신도 지난 23일 싱가포르발 기사를 통해 김정일 사망설을 잘못 보도해 망신을 샀다. 이로 인해 한때 금융시장이 요동쳤음은 물론이다. 일찍이 미국의 남북전쟁을 특종으로 보도하고, 걸프전 발발 소식을 다른 매체보다 30분이나 앞서 전한 로이터의 전통과 신뢰에 흠집을 남겼다.
로이터 사람들은 경영자 데이비드 유어의 일화를 즐겨 인용한다. 어린 유어가 아버지에게 신문기사 아래쪽에 적혀 있는 ‘로이터’ 글자가 뭐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얘야, 이건 기사가 사실이라는 뜻이란다.” 역시 로이터 기자 출신으로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작가 이안 플레밍의 술회도 유명하다. “내가 글을 정확하게 쓰는 법을 배운 곳은 로이터였다. 그곳에서는 정확하지 않으면 해고되기 때문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