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민주당 의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명예회복해 恨 풀어주는 게 시급”
입력 2010-11-29 19:24
“문화재를 일본에서 되찾아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한을 풀어 주는 게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전투에 나선 장수 같았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강조했다. 1940년대 10대 나이에 일본에 끌려갔다 돌아온 피해자들은 지금 80대다. 이 의원은 “살아 계실 때 문제를 해결해 이 분들이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하는 게 나라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일본 도쿄를 찾았다. 이른바 ‘후생연금 99엔 지급 논란’의 주인공인 할머니들과 동행했다.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 대표들은 미쓰비시 중공업 측에 보상 협상에 응하라며 삼보일배를 했다.
미쓰비시에서 사람이 나왔다. 한국 국회의원이 만나자고 요청했는데, 부장급 인사가 이 의원 앞에 앉았다. 이 의원은 최후통첩을 했다. “보상 문제를 협의할 태스크포스를 만듭시다. 7월 15일까지 대답이 없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고 국제인권단체 및 언론단체에 미쓰비시의 비윤리적 태도를 알릴 것입니다.”
데드라인에 맞춰 미쓰비시에서 협상에 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소송을 지원해온 양국의 시민단체 인사들은 공을 이 의원에게 돌렸다.
그는 일본에 다녀온 뒤 강제동원 문제 전반에 눈을 떴다. 피해자는 미쓰비시에서 일했던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전범기업에 끌려가 착취당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민초’가 너무 많았다. “제가 오랫동안 고위 공직에 있었는데도 이런 일을 잘 몰랐다는 게 너무 죄송하고 송구했습니다. 정치를 한다면서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계층을 알지 못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부끄러움은 새 법률안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지난 2일 의원 15명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포스코 등 청구권 자금 수혜기업과 일본 정부, 일본 기업에서 기금을 출연 받아 피해자를 돕는 재단을 설립하자는 취지다. “1965년 한·일협정 결과로 일본에서 받은 3억 달러와 차관 2억 달러 가운데 1.2%만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제 수혜기업과 정부가 제대로 보상을 해줄 때입니다.”
그의 진정성은 강제동원 피해자 김정주(79) 할머니의 전언에서 알 수 있다. “어찌나 고마운지… 국회에 갈 때마다 차를 보내줘요. 지난 7월에는 의원님 차를 탔다니까요. 내 형편 어려운 것을 알고는 용돈도 쥐어주더라고요.”
이 의원은 다음 달 6일 국회에서 ‘한일강제병합 100년 일제 피해자 문제의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연다. 그는 “정부가 당당하게 일본에 요구했으면 좋겠다. 피해자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보상해 드리고 명예가 회복되도록 앞장서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