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11-29 17:41
(21) 신비주의의 위협
교회는 여러 시련과 위협을 받아왔다. 밖에서는 전체주의라든가 공산주의, 과학만능주의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안에서도 그 존재를 힘들게 하는 위협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신비주의이다. 신비주의가 무엇이기에 교회를 위협할 수 있는가.
신비주의라고 하면 대개 현묘하고 아득하고 환상적인, 무언가 뒤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한 것, 그런 것을 예상하기 쉽다. 가물가물한 것, 그런 것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신비주의는 철학적인 무엇이 있다.
신비주의의 기원은 동양과 불교 및 희랍사상 중에 있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하나로 본다. 신성과 인간성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간이라든가 공간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을 때 인간의 유한성을 말하게 되고, 신은 그런 제한을 받지 않을 때 일컫는 말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그런 제한, 특히 육신의 제한을 벗으면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희랍에서 육신과 감옥을 비슷한 말, 곧 소마와 세마로 표현한 것이 그 까닭이다.
따라서 이런 신비주의에서는 신이 되는 데 방해가 되는 육신이나 세상일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 육신이나 세상일이 다 신이 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독교회가 초기에 가장 커다란 위협을 받은 이단이 노스티시즘이나 마니키아니즘이라는 것인데, 이들은 다 세상일이 죄악에 가득 차 있고, 인간의 생활 모든 것이 악하다고 간주했다.
이런 것이 기독교에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오신 것이 아니고 영적인 신령한 현상으로 오셨던 것이라고 해서 성육신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부활도 몸의 부활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회로서는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독론을 부정하게 되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신비주의의 실상이다. 그런데 이 신비주의가 기독교회에 위협이 되는 것은 교회가 인간의 조직이니 그것부터가 죄악인 데다, 그것이 하나님에게 이르는 길을 중간에서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과 인간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명상의 여러 단계를 거쳐 금욕하고 마음을 청결하게 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성서까지도 하나님을 직접 뵈는 데 방해가 된다고 간주한다. 더러는 예수님마저도 그 중간에 서서 막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교회는 오랜 사도적 전통과 성서, 그리고 교회의 여러 조직과 의식을 통해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와야 우리들은 하나님을 만날 수 있고, 그 구원의 은사에 인도될 수 있다. 그런데 신비주의는 이런 교회나 성서 및 전통을 다 무시하고 하나님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독교가 신비주의를 용납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경배<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