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없고 음악성 부족… “요즘 대학가요제 왜 이래?”

입력 2010-11-28 18:00


‘MBC 대학가요제’가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열린 ‘제34회 MBC 대학가요제’가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 사회에 대한 시원한 외침 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논란을 촉발시켰다. 아이돌 가수들로 구성된 특별 무대도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하려는 대회 취지와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총 13팀 중에 대상은 ‘위드 유’를 부른 한림대 의대생 이인세가 차지했다. 금상은 ‘마마보이’를 부른 이찬(국민대), 은상은 ‘엄마의 자전거’를 부른 강보리(한국국제대), 동상은 ‘AM 5:30’의 ‘못 노는 애들’(한국예술종합학교)에게 돌아갔다.

1977년에 시작된 ‘대학가요제’는 재기발랄한 신인 가수들의 등용문이었다. 노사연 신해철 배철수 등 ‘대학 가요제’를 통해 가수로서 우뚝 선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대학가요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시청률은 5%(AGB닐슨 미디어리서치)대였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된 행사가 ‘광저우 아시안 게임’ 경기로 인해 오후 11시가 돼서야 방송돼, 결과가 방송 전에 알려진 탓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보다는 참가자들의 음악적 수준과 방송 구성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방송 직후 ‘MBC 대학가요제’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100여건의 글이 올라왔다. “출연자들의 음악 수준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시청자 문영규씨는 “후크송이 금상을 타고, 대상 수상자가 앵콜곡을 부를 때 음도 못 맞추는 등 전체적으로 출연자들의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정재형 심사위원도 고시생들의 애환을 그린 언노운스트리트의 ‘노량진 아리랑’에 대해 “아마추어같은 느낌”이라고 혹평했고, 알바생의 애환을 노래한 ‘못 노는 애들’에 대해서는 “재기는 있지만 음악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참가한 13팀의 노래 중에는 대학생으로서 품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애를 동화처럼 표현하거나(메이드 인 원더랜드), 자유로움을 갈망하는(크림슨) 식이어서 내용도 무게감이 떨어졌다. 또한 일부 출연자들의 노래는 특정 후렴구나 영어 가사를 반복하는 등 요즘 유행하는 상업적 노래와 형식이 비슷했다.

특별무대를 2AM, 2PM, 아이유, 비스트,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아이돌로 채운 점도 논란이 됐다. 주류 음악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뮤지션을 발굴하는 ‘대학가요제’의 취지와 동떨어진 구성이었다. 시청자 김영호씨는 “왜 대학가요제에서 아이돌을 봐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제작진이 대학가요제 운영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