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유럽 ‘겹악재’… 우리경제 괜찮나
입력 2010-11-29 00:40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이은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는 데다 유럽발 부실 도미노 우려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에 이어 추가 자본 유출입 규제를 만지작거리던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유사시 비상계획)을 세워놓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발 부실 도미노 어디까지=브라이언 레니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런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 지각했다. 이날 더블린에 내린 폭설 때문이었다. 아일랜드 구제금융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 정작 당사자가 빠진 셈이었다.
레니한 장관의 지각은 위기에 빠져 허둥대는 아일랜드나 유럽의 상황과 묘하게 겹쳤다.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규모는 850억 유로(약 130조원)로 거의 확정됐다. 하지만 이자를 얼마로 해야 할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EU에선 연 6.7%의 고금리로 일종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반발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다음 타자로 거론돼온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스페인과 벨기에까지 국채금리가 치솟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정부의 국채 발행일인 다음달 2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26일 “구제금융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스페인 국채의 시장 금리는 지난주에 이미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연 5%를 넘어섰고,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의 주가는 26일 하루에만 3.7% 떨어졌다. FT는 “스페인 정부는 올해 쓸 돈도 바닥난 상태”라며 “다음달 두 번의 국채 발행에 성공할지가 유로존 안정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리안 리스크 해소될까=북한의 추가 도발 발언으로 26일 코스피지수가 폭락했지만 이날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일단 연평도 포격 사건은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변수가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파국보다는 봉합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정부는 금융과 외환시장에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처지에 봉착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소지가 적지만 유럽발 대외 변수와 북한 변수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설익은 조치가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주말 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주요 공무원들이 모두 출근해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판단으로는 북한의 추가 도발만 없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정동권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