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로 바라본 이색 공간… 스트루스·김인숙·장민승 특색있는 사진전

입력 2010-11-28 17:45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정 공간을 카메라로 담아낸 세 작가의 사진전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는 독일 현대사진 거장 토마스 스트루스(56)의 한국 첫 개인전이, 서소문 대한항공 일우스페이스에서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김인숙(41)의 서울 첫 개인전이,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작가 장민승(33)의 다문화 사진전이 각각 열리고 있다.

◇해외 작가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스트루스의 사진전에는 작가가 2007년 이후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렌즈에 담은 한국의 오늘을 보여준다. 철책선이 처진 강원도 양양의 바다부터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서울의 공사현장, 구미의 LCD 공장, 부산의 항구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많은 컨테이너 등 풍경들이 대형 사진으로 걸렸다.

작가는 “한국에서 받은 첫인상은 밀도가 무척 높다는 것”이라며 “농담 삼아 하는 얘기지만 더 많은 건축물을 세우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20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통일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고밀도 사회의 사진을 통해 욕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되새기게 한다. 2007년 평양을 찍은 작품도 눈길을 끈다. 내년 1월 9일까지 전시(02-2287-3500).

◇빌딩 숲 속 고독한 현대인들의 초상=김인숙 작가는 한 편의 영화를 찍듯 치밀하게 계획하고 연출한 사진을 통해 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호텔을 배경으로 작업한 ‘토요일 밤’은 10년간 독일 신문에 실렸던 사건들을 골라 66개의 방에 각기 배치해 연출한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이다. 작가는 여성의 성(性) 상품화에도 일침을 가한다. 뒤셀도르프의 실제 법정을 배경으로 누드 여성을 두고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입찰하는 장면을 찍은 ‘경매’나 여성들을 음식처럼 식탁 위에 배치한 ‘저녁 식사’ 등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꼬집는다. 여성의 뒷모습으로 사회읽기를 시도한 ‘이름 없는 얼굴’ 연작도 현대사회의 세태를 담아냈다. 내년 1월 9일까지 전시(02-753-6502).

◇주한 외국대사관 집무실의 풍경=장민승 작가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지만 최근 5년간은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 다시 사진작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가구 같은 물건에도 계층이 있다는 것. 그가 한국에 있는 외국대사관 집무실 촬영을 시도한 것은 그 속에 각 나라의 산업화 정도나 정치, 경제적 상황들이 드러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보안이 요구되는 공간인 만큼 촬영 허가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3년간의 집요한 설득 끝에 촬영에 성공한 대사관은 20개국. 파라오 장식물로 한눈에 어느 나라인지 알려주는 이집트, 벽면 페인트 색깔까지 규정된 매뉴얼에 따라 꾸민 독일과 스위스, 가구를 본국에서 들여온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문화적 차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진들이다. 다음달 19일까지 전시(02-745-164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