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北 유감표명은 中에 성의표시·南에 책임전가 의도”

입력 2010-11-29 00:47

군 당국은 28일 북한이 연평도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난 점에 이례적으로 신속히 유감을 표시한 데 대해 ‘기만전술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외교부 등 정부부처 역시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직면해 있는 중국 측에 성의를 보이는 한편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그 책임은 이번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하여 인간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군, “북한의 기만전술”=군 당국은 북측의 유감 표명을 전형적인 강·온 양면전술로 이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평가는 연평도 포격 후 보여준 북한군 행태에 기초한다.

북측은 개머리 지역에서 방사포를 전개시키고, 해안포 진지의 포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26일과 28일 서해 5도 인근 지역에서 포 사격 훈련을 벌였다. 이런 움직임은 28일 시작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맞물려 긴장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지난 23일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이 사격훈련으로 포성 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측을 압박하려는 심리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또 북측이 ‘인간방패’를 거론하며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살상력을 강화한 고폭탄을 민간인이 수십년 동안 거주해 온 지역에 떨어뜨린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평도 일대에 포격 도발을 해놓고 인간방패 운운한 것은 진정성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 성의 보이기?=정부는 북한의 유감 표명 과정에 중국이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처음으로 26일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양 부장이 지 대사를 면담하고 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의 메시지가 평양에 전달돼 유감 표명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받고 있는 중국이 지 대사에게 최소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북한의 이번 유감 표명은 중국 측 입장을 북한 나름대로 반영한 결과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불만을 북한 측에 제기했을 수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로 진입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러시아도 천안함 때와 달리 민간인 피해에 대해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며 “북한이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의도로 민간인 피해에 한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서해 연합훈련을 반대하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면서 “중국은 어느 일방의 승인 없이 자기 나라의 경제수역에서 군사행동을 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그는 말했다”고 전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