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개 시·군·구 변호사 한 명도 없다…대한변협 처음 펴낸 ‘변호사백서 2010’ 보니

입력 2010-11-28 22:22


국내 변호사의 70% 이상이 서울에서 활동하는 반면 80개가 넘는 시·군·구에는 개업 중인 변호사가 한명도 없는 등 변호사의 지역 편중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국내 변호사 업계 현황을 처음으로 정리해 28일 발간한 ‘한국 변호사백서 2010’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전체 변호사 9612명의 71%인 6830명이 서울에서 개업해 활동 중이다.

특히 전체의 31%에 달하는 2980여명이 서울 서초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에는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가정법원 등 법조타운이 형성돼 있어 법률 서비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대구 경산시, 경남 남해군, 전북 부안군, 강원도 화천군, 충남 보령시 등 83개 시·군·구는 변호사가 한명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이었다. 경기도 양주·의왕·과천·안성시 등에도 개업 중인 변호사가 없었다. 지역별 변호사 1인당 인구는 서울이 1494명인 데 비해 충북은 1만8857명이나 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수임 건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한 건을 수임하더라도 수익을 더 내기 위해 대형 사건이 집중되는 서초동 일대에 사무실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변호사 업계의 극심한 경쟁으로 돈이 되는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 지역에 변호사가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였던 1906년 3명에 불과했던 국내 변호사 숫자는 81년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5월 말 1만227명을 기록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숫자가 2020년에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백서는 변호사와 유사 직역인 법무사, 변리사 등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도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등은 1만9800여명에 이른다.

대한변협이 개업 5년차 또는 40세 이하인 ‘청년 변호사’를 대상으로 사건 수임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평균 연 매출액은 9419만원이었고 사무실 임대료 등 사업비용을 뺀 연 순소득은 3778만원으로 나타났다. 사건 유형별로는 민사사건이 건당 550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형사 290만원, 가사 170만원, 신청(가압류·가처분 등) 110만원 순이었다.

그러나 매출액은 전체 조사대상 2751명 중 3.9%(108명)만, 순소득은 0.6%(16명)만 응답한 결과여서 대한변협이 실제 변호사 소득 통계를 내는 데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