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北 행동변화 담보없는 ‘中 해법’ 실효성 의문…6자 수석회의 거부 배경

입력 2010-11-29 00:48


정부는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8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12월 상순 베이징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에 부정적이다.

한·미·일 3국은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중국 측의 이번 제의는 북·중의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한·미·일 입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우 대표 발표 직후 내놓은 우리 측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도 이 같은 정부 내 기류가 묻어난다. 정부는 중국 측 제안을 바로 거부하지 않고 ‘유의’ ‘매우 신중하게 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측 입장을 고려해 ‘외교적 수사’를 동원했지만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과정에 대해서는 한·미·일 간 의견 교환을 해왔기 때문에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 연평도 도발 등으로) 대화 모색의 동력이 손실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태로는 한·미·일이 중국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제안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일행의 면담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면담 마지막에는 이 대통령과 다이 국무위원이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6자회담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몇 시간 뒤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해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제안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격앙된 한국 내 분위기를 잘 아는 중국이 이 대통령의 당부를 단번에 묵살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중국 측이 한국과 대화를 시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위 당국자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대화하는 것은 의미 있다”면서 “북한을 포함해 누구의 입장도 영원불변인 것은 없다. 서로의 입장을 개진하고 들어보는 것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다이 국무위원이 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미 항공모함이 참여한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에 우려와 자제의 뜻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면담은 이 대통령이 중국에 ‘공정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다이 국무위원은 서해상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시하는 중국 측 입장을 전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