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기대 못미친 中 중대발표…역할론 부담에 계산된 제스처

입력 2010-11-28 22:52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중국이 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실질적인 대북 압박보다는 오히려 북한을 감싸는 쪽으로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하지만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잇따른 접촉과 협의 노력은 일단 추가적인 상황 악화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효성 떨어지는 중대발표=중국 정부는 일요일인 28일 베이징 주재 내외신 기자들에게 긴급 공지를 통해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주말 긴급 내외신 기자회견에 대해 발표 직전까지는 강력한 대북압박안, 획기적인 한반도 긴장완화안 제안 등 각종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중대발표는 12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회동이었다.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용은 중국과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것에 불과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강력 반발하며 대응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실망했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대북압박에 나서줄 것을 거듭 촉구해 왔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제안은 계산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 책임론과 역할론이 부각되자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모양새를 보여주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을 감싸고 시간을 벌기 위해 제안했다는 관측도 있다.

◇남북한 접촉 등 중재외교는 긍정적=중국이 일단 중재의 필요성을 느끼며 남북한을 비롯한 주변국 접촉에 나선 데 대해선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최소한 추가적인 악화상황은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이 실무 외교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한국에 보낸 데 이어 조만간 북한에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보내기로 한 건 상황악화 방지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초청으로 30일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겸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도 현 상황을 협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포격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들여 추가적인 악화조치를 하지 말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북한이 27일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한 것은 중국의 이런 외교적 중재 역할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최근 김성환 외교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해 협의했다. 양 외교부장은 또 일본 러시아의 외교장관과도 전화회담을 통해 협조를 당부했다.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의외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중국이 이를 위해 북한 측과 사전 교감을 가졌고, 북한이 회동 성사를 위해 의미 있는 성의를 보일 경우 상황이 빠르게 호전될 수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