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北 권력승계 작업 여파 한반도 긴장 상당기간 지속”
입력 2010-11-28 18:20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등장한 강경 노선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뉴스위크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현지시간) 이번 연평도 사건은 과거 북한이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때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제목의 사설에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김정일이 아들인 김정은을 영예로운 전사로 부각시키려는 것 같다”면서 “김정일 자신도 후계자로 지명됐던 1980년대 국제적 테러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지명됐던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미얀마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 사건, 1987년 115명의 희생자를 낸 대한항공 858기 폭파를 주도한 바 있다. 뉴스위크는 김 위원장의 3남 정은이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포격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즉 북한 내부에서 이런 냉전시대 전술을 이용해 김정은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공고하게 하려는 군부 장성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불안하게 진행되는 권력 승계작업을 위해 김 위원장도 매파인 군부 쪽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을 둘러싼 관련국의 정치적 상황도 북한과의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집권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패배한 데다 일본의 간 나오토(管直人) 내각 역시 지지율이 바닥이어서 조만간 바뀔 가능성마저 있다. 그동안 북한은 힘이 약한 외국 지도자들과 협상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한국,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와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권력 승계가 이뤄지는 2012년까지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북한으로 인해 미국과 겪을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가 변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국 대북정책은 국제적 위상에 맞춰 역내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며, 실제로 북한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안정을 신경 쓰는 중국이 앞으로도 북한에 온건하게 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한반도를 보다 심각하고 상당기간 지속되는 대결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우려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