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마디 시린 겨울, 관절 건강 지키는 법] (上) 관절이 보내는 적신호-중년 여성의 관절염
입력 2010-11-28 17:31
겨울 초입에 계절 변화를 가장 빨리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퇴행성관절염 환자다. 앞당겨 찾아온 추위에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관절 전문병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관절이 꾸준히 적신호를 보내 왔지만 귀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의 도움을 받아 ‘뼈마디 시린 겨울, 관절건강 지키는 법’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주부 신승주(52·서울 방배동)씨는 요즘 우울하다. 지난해부터 폐경에 접어들어 행여 갱년기라도 올까봐 일부러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야외활동도 나서 보지만 쉽지 않아서다. 취미로 등산을 시작했다가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잘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체중도 늘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는 듯해 병원을 찾았다. 무릎 통증의 원인은 퇴행성관절염. 의사는 “폐경으로 인해 골량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줄면서 관절염 증상이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퇴행성관절염은 특히 중년 여성에서 발생 비율이 높은데, 이는 여성의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이 남성에 비해 약한 데다 무릎을 자주 구부리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무릎에 많은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엔 40대에 폐경을 맞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뼈 노화가 촉진돼 퇴행성관절염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이 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퇴행성관절염으로 내원한 5940명을 조사한 결과, 76%(4507명)가 여성이었고, 이 가운데 폐경 연령대(40∼59세)의 환자 비율이 전체의 3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전재훈 부원장은 “폐경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갱년기 증상과 더불어 무릎 통증으로 인해 활동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요즘같이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무릎 관절 내의 압력 차이로 평소보다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 활동량이 더 줄어들고 관절염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행성관절염은 뼈와 뼈 사이에 쿠션처럼 완충작용을 해주는 연골판과 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변화로 인해 뼈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나타나는 상태다. 문제는 질환이 진행되면서 관절 부위에 여러 적신호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대개는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점이다. 우선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잠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에도 소리가 나고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연골 손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무릎이 뻣뻣해지고 열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심한 경우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오고 시큰거리며 붓는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초·중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연골은 계속 마모돼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욱신거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된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연골 손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초기 관절염의 경우 ‘PRP(혈소판풍부혈장) 주사’라는 비수술 요법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PRP 주사는 자신의 혈액 중 각종 성장 인자를 많이 포함한 혈소판 성분만을 분리·농축시킨 것으로, 인대나 근육 연골 등에 직접 투여하면 손상된 조직이 치유된다. 이 병원 관절내시경센터 조승배 소장은 “시술 시간은 30분 내외로 간편해 최근 큰 호응을 받고 있다”면서 “1주일에 한 번, 3차례 주사를 원칙으로 하는데 효과는 1년 이상 지속된다”고 말했다.
비수술 치료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환자의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연골 재생술을 시도해야 한다. 보통 연골손상 정도에 따라 미세천공술(연골손상 1㎠ 이하), 자가골연골이식술(4㎠ 이하), 자가연골세포배양이식술(4㎠ 이상) 등의 방법이 적용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