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원 “카틴 숲 학살, 스탈린이 지시”
입력 2010-11-28 18:18
러시아 의회는 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 2만여명이 살해당한 ‘카틴 숲 학살사건’이 이오시프 스탈린 당시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직접 지시로 실행됐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스탈린이 여전히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가 이같이 결정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하원(두마)은 26일(현지시간) 스탈린이 1940년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 숲에서 폴란드군 장교 등의 학살을 지시했음이 비밀문서에서 드러났다면서 스탈린 비난 성명을 통과시켰다. 두마는 이어 이날 ‘카틴의 비극과 희생자들에 관한 성명’을 통해 “오랫동안 비밀 국가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오다 공개된 자료는 무시무시한 비극의 규모를 드러냈다”며 “이 범죄가 스탈린과 다른 소련 지도자들의 직접적 지시로 저질러졌음을 증명해줬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성명 채택엔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과 친여 정당인 ‘정의 러시아당’ ‘자유민주당’ 등이 찬성했고, 공산당은 반대했다. 러시아 의회는 이 사건이 나치군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는 공산당 의원들의 반대로 성명 채택에 난항을 겪어 왔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두마 외교위원회 의장은 “이 성명은 러시아와 폴란드의 관계에 중요한 문서”라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중요할 것”이라고 이타르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를 설명했다.
폴란드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27일 “러시아 의회의 성명 채택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앞서 나온 긍정적 신호”라며 “우리는 러시아 의회의 공식문서인 이 성명을 크게 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2월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폴란드는 카틴 숲 사건 이후 책임 문제를 놓고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지난 4월엔 카틴 숲 학살 추모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중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 인사 등 96명이 탄 특별기가 학살 현장 인근에 떨어져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