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찾아 ‘허둥’ 발 헛디뎌 ‘꽈당’… 과민성 방광증후군, 낙상 위험까지 높인다
입력 2010-11-28 17:53
수시로 강력한 요의를 느끼는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 40대 이상 중장년 여성들의 낙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양대병원 비뇨기과 박해영 교수팀은 지난 5월 국내 중소도시인 구리시와 농촌지역인 양평군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성인 여성 514명을 대상으로 과민성 방광 증후군 유병률과 낙상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 성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불안감과 우울증을 유발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낙상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민성 방광 증후군이란 방광 기능이 너무 예민해져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광 근육이 수축, 급하게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요실금도 이 증후군에 포함된다(별표 참조).
이번 조사결과 두 지역 40대 이상 여성들의 과민성 방광 증후군 유병률은 19%로 분석됐다. 또 이들을 포함 전체 조사 대상자의 17.3%가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낙상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팀은 이를 과민성 방광 증후군 환자 그룹(98명)과 정상인 그룹(416명)으로 나눠 각각 배뇨장애가 낙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과민성 방광 증후군 그룹의 평균 나이는 64.2세로, 정상인 그룹(58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이었으며 학력도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과 심뇌혈관 질환 및 골관절염을 앓는 비율도 더 높았다.
낙상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 역시 과민성 방광 증후군 그룹이 27.5%(27명)로 정상인 그룹(14.9%)보다 12.6% 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교육의 정도, 배우자 유무, 연령, 다른 질환 병력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과민성 방광 증후군 환자들이 이 처럼 낙상 사고를 더 많이 겪는 이유에 대해 “갑자기 절박한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찾아 허둥대다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고, 이로 인해 찰과상이나 골절 부상을 당하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민성 방광 증후군은 방광의 감각 수용체 이상으로 일어난다.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는데도 소변이 마렵다는 신호를 비정상적으로 빈번하게 신경계에 전달하고, 이 때문에 요의를 자주 느끼게 된다는 것.
방광의 감각 수용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는 다양하다. 알코올 음료, 커피 등 카페인 함유 제품, 매운 음식, 인공 감미료 등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섭취하거나 방광의 염증 및 요도염과 같은 요로감염 병력, 분만 후 방광 처짐 등이 주로 문제가 된다.
따라서 과민성 방광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원인 질환 치료와 함께 잘못된 식생활 및 배뇨 습관을 교정하고, 방광 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규칙적으로 보는 배뇨훈련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만일 배뇨 간격이 1시간이라면 처음 1시간에서 1주일 단위로 배뇨간격을 30분씩 늘려 최대 4시간까지 연장하도록 노력하면 과민성 방광 증후군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