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하도급 대리전’… 금속노조, 현대차와 교섭 의제 선정

입력 2010-11-28 18:16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파업이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싼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사내하도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안정적인 생계보장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철회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는 하도급이 아니라 파견근로자로 봐야 하며, 파견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됐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에 따른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노조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5일부터 공장 점거파업에 들어갔다.

또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지난 24일 현대차지부장 및 현대차 비정규지회장들과 회의를 갖고 비정규직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및 치료비 등의 해결, 울산-아산-전주 비정규 조합원들의 고용보장, 불법파견 관련 대책 등을 현대차 사측과의 교섭의제로 상정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30일까지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12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하지만 사측과 재계의 입장은 강경하다. 현대차는 28일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계약 상대방도 아닐 뿐더러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도 없으므로 교섭에 참가할 의무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 22일부터 조업 2시간 단축에 들어갔고 휴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전 6시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차질 대수는 1만5828대, 매출손실은 1776억원에 달한다.

재계도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사내하도급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단정한 여론몰이’라고 규정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사내하도급은 이미 모든 산업에서 보편적 생산방식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41.2%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철강업종의 경우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율이 각각 60%와 40%를 넘는 상황이다.

재계는 또 “우리나라의 경쟁국 대부분이 파견제도를 업종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은) 현재 다양한 고용·생산방식 등 산업현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