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영숙] 일하는 사람이 안전한 사회
입력 2010-11-28 19:28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70여명의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산재공화국’이란 사실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산업재해는 노동자의 문제, 제조업 노동현장의 문제로 인식돼 왔으며, 국민이나 국가적 관심의 대상에서 뒷전이었던 게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는 제조업 노동현장뿐만 아니라 사무직, 서비스 업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 및 생활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국민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일반회계의 3%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나 2009년도 정부의 실제 지원은 0.21%에 불과했다.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지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보건 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전보건전시관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보건 의식은 어려서부터 생활화해야 하며, 학교에서, 가정에서,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인 예방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전시관은 안전문화 체험 및 산업재해 예방활동 체험 등을 통해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관람함으로써 안전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전시관(DASA)의 경우 매년 15만여명의 인원이 방문하고 있다. 연간 운영비로 약 100억원을 사용하고 있으며, 예산의 100%를 연방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안전선진국인 독일의 산업안전보건전시관 운영사례는 산재후진국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지켜지는 사회, 국민 누구나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돼야 한다. 고용의 양보다는 안전한 고용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이념과 가치를 바꿔야 한다.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사회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정영숙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