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영범] SSM 규제법 이후 과제

입력 2010-11-28 19:10


지난 25일 국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안’(상생법)이 찬성 254명, 기권 5명으로 표결처리되었다. 이 법으로 임대차비용, 내외장공사비, 비품설치비 등 총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가맹점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일반 골목상권 진출에 제약을 받게 된다. 지난 10일 통과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즉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 반경 500m 안에 대형마트와 대기업 직영 SSM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안에 이어 이번 상생법 통과로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신규 SSM 진출로 상권이 침해되고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유통법과 상생법 통과로 지방자치단체들은 SSM 신규진입을 어렵게 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역유통산업의 전통과 보존을 위해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 이내의 전통상업보전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안에서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를 개설하는 경우 등록을 필요로 한다.

SSM 규제법의 통과로 지역 소상공인들은 지역상권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대기업 유통업체는 유통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두 법의 통과 과정을 보면 SSM 규제법의 통과 이후가 더 걱정된다. 11월 10일 유통법 통과 이후 상생법의 통과가 확실시되자 많은 SSM 가맹점들이 소리 없이, 그리고 발 빠르게 설립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점 전날까지 현수막으로 SSM 건립 현장을 가리고 공사를 하는 도둑 개점도 하였다.

모 대형유통업체는 SSM 설립을 무력으로 저지하는 지역 중소상인들에게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모 대형유통업체 회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하려 하는 등 소상공인들과 유통업체 간에 감정싸움이 격화되었다.

SSM과 중소상공인들 간의 사업조정은 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규제대상이 되는 총경비의 51%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가맹점 SSM의 경우 설립 경비의 몇 %를 대기업이 부담하는지 명확히 밝혀낼 수 있는 실효성이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눈속임 마케팅을 근절시키고 유통업체 간의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올 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오픈프라이스(판매업체 자율가격표시)제도와 같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자영업자 비중은 매우 높다. 2005년 기준 취업자 중 자영업자(무급가족 종사자 포함) 비중은 33.6%로 OECD 평균 14.4%의 배가 넘는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이 선진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적정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이후에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9일 정부 주도로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정신에 입각하여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무분별한 지역상권 진입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몰락은 결국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경제 선진화 그 자체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조사에 따르면 SSM 진출에도 불구하고 업종전환을 고려하지 않은 중소상인이 70%가 넘는다. 업종전환을 고려할 여유가 그만큼 없다는 이야기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중소상인의 80%가 현재 점포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고, 개인슈퍼마켓을 포함한 소매업자의 88%가 경기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응답하였다.

중소상인들도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생필품을 공동구매해 주는 ‘중소소매유통센터’를 설립하고 SSM과 경쟁할 수 있는 동네슈퍼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6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은 아무리 많아도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