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사랑하며-김애옥] 이웃 나라도 배려하는 잔치를
입력 2010-11-28 19:23
대한민국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은 최고의 선전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태로 흉흉한 가운데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느낌으로 경기 결과를 지켜보았다. 복싱과 레슬링 등에서 그렇게 어렵게 따내던 동메달도, 가슴 졸이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았던 양궁경기도 이제 우승메달 획득은 당연시되고, 금메달 수와 신기록 달성에 관심이 쏠릴 정도니 스포츠 강국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더구나 일본을 두 배 가까운 금메달로 제압하다니 놀랍고도 가슴 뿌듯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체형으로나 실력으로는 절대 우승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수영 종목은 선진국형 스포츠라고 단정 지었었다. 그런 수영에서도 3관왕이 나오고 대회의 MVP까지 노렸다. 한수 위라는 일본을 가볍게 누르고 우승을 거머쥔 야구가 있고, 종주국의 자존심을 짓뭉갠 유도에서도 많은 메달을 얻었다. 이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기의 양궁 궁사들을 보면서, 우리 민족은 활을 잘 쏘는 동이족(東夷族)이 확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놀라운 기쁨의 이면에 잠시 투르크메니스탄이란 나라를 생각해 보았다. 소련에서 1991년 독립 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나라로 알고 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국가는 45개국이나 된다. 이들 나라 중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나라가 10개국이 넘고, 메달을 취득한 33개국 중에서도 금메달이 없는 나라가 10개국 정도 된다. 결국 그 많은 나라가 참가한 축제의 장에서 금메달이 10개 이상인 나라는 몇 개국에 불과하다.
한 두 국가의 메달 독식은 올림픽도 마찬가지지만 아시아 축제라 명명하기엔 다소 민망한 모양새다. 내 나라가 잘하니 기분이 좋고, 스포츠 강국과 선진국 반열에 드는 자부심도 있지만 브루나이, 부탄, 투르크메니스탄, 동티모르, 캄보디아, 예멘, 팔레스타인, 스리랑카 등 이름만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인지 다른 지역인지도 모를 나라들도 이번에 그리고 매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 나라들이다.
이들의 소외감을 아우를 콘텐츠를 가져보자는 생각은 누군가 해보았으리라. 몇몇 국가의 메달잔치가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진정한 스포츠축제 장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 단초와 시발이 대한민국이 된다면 좋겠다. 일등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스포츠 약소국가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아는 우리가 되고 싶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의 미덕을 배우고, 상호교류를 통해 상부상조할 가치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 서열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실내 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최초의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은 1963년 필리핀 건설회사가 지었다. 돔 양식의 원형 경기장이라 우리 건설업체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니 놀랍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총성 없는 전쟁, 스포츠여, 영원하라!
김애옥 동아방송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