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북한에 납치됐다’는 말 듣지 말아야
입력 2010-11-28 19:19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중국이 보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남북한 평화를 위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위기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양국 간 응수(應酬)다. 천안함 사건 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한·중 정상 간에 여러 차례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일어났다. 중국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나.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한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중국은 26일 방한 예정이던 양제츠 외교부장 대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특사라는 특별한 꼬리를 붙여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보낸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다. 서해에서 전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항의하거나 한국 정부의 대북 응징을 억지하려는 의도여서는 안 된다.
중국은 외교의 겉모양을 어떻게 꾸미더라도 궁극에는 북한을 두둔하는 행보를 해왔다. 북한을 전략적 군사적 자원으로 평가하는 냉전적 사고 때문이다. 변증법에 밝은 중국 지도자들이니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잘 알 터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의 야만을 묵인하다가 점점 북한을 조종하기는커녕 북한에 끌려다니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이 북한에 납치되어 있다’는 말이 중국 안에서 나오고 있다. 대국에 걸맞지 않게 협량(狹量)한 사고를 가진 나라라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미사(美辭)가 무슨 소용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