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문제로 내홍겪는다
입력 2010-11-28 16:09
[미션라이프]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사이비 대책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고신, 합신 총회의 이단사이비 대책 관계자들은 26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기총 사무실을 방문, 한기총의 이단 해제 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항의서를 전달했다.
유한귀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박대용 고신 유사기독교연구위원장, 최재운 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은 “각 교단에서 이단 및 사이비, 사이비성으로 규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한기총이 최근 해제하려는 시도를 벌여 한기총의 정체성 붕괴와 위상 추락을 염려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기총은 교단 연합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인과 특정단체를 이단 사이비로 결의할 수밖에 없었던 각 교단에게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면죄부를 주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따라서 한기총에서 각 교단에서 이단 및 사이비, 사이비 성으로 규정한 자나 단체를 해제하려고 강행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관련 교단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현재의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오랜 이단 사이비 연구 및 대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단감별사들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한기총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종로5가 커피숍 ‘다사랑’에서 예장 고신 최병규 유사기독교상담소장, 예장 합신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장, 한기총 최삼경 전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 등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한기총의 이단 사이비 해제 움직임에 대해 비판했다. 이들은 “예장 통합, 백석, 고신 교단이 각각 한기총에 공문을 보내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인사들을 해제 하려는 움직임에 유감의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기총의 독단적인 해제 추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한기총이 교황적 지위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각 교단에서 이단으로 결정한 인사들을 풀어주려고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만일 한기총이 이단들을 풀어주어 받아들이면 건전한 교단들의 한기총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한기총은 이단들의 연합기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기총이 이단해제 결정을 내리려면 이단 규정을 한 교단에 먼저 문의하고 요청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올해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소속 교단에서 추천하지 않은 인사들이 위원과 전문위원으로 참여된 것 또한 유감”이라며 “소속 교단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이 이단사이비대책위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장 통합은 6월 11일과 11월 8일 한기총의 이단 해제 움직임에 대해 유감을 뜻을 담은 공문을 한기총에 보낸 데 이어 예장 고신, 예장 백석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한기총에 보낸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기총 이대위는 지금까지 해온 일에 아무런 하자가 없을 뿐 아니라 회원 교단의 뜻도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위의 독단적인 해제 시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대위는 이단은 분명 정죄돼야 하지만 특정세력들이 이단감별을 독점, 애꿎은 인물이나 단체들을 이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단으로 정죄 받은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거나 오해된 부분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하면 과감히 수용해 재연구해 옳고 그름을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독교의 보편적 기준인 사도신경을 공유하면 이단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이대위는 진짜 이단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방법을 찾아 한국교회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분란은 한기총 지도부가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은 15일 임원회에서 장재형 목사의 통일교 관련설, 김광신 목사의 베뢰아 신앙에 대한 이단성 조사연구 건과 관련한 지난달 22일 임원회 결의를 뒤집었다. 지난달 임원회에서는 이대위가 올린 이들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반려하고 다음 회기 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더 상세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20여일만에 이 결정은 번복된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2004년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을 때 장재형 목사에 대한 무혐의 판정을 내렸는데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길 목사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문건에 길 목사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지난 결의는 유효로 하되 다음달 17일 열리는 임원회에서 이대위가 재조사 결과를 제출하면 재론하기로 했다. 이번 회기 내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도가 농후했다. 이와 관련, 길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임원회에서 대표회장 직인이 찍혀있는 사본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총무에게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었다”며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기총은 앞으로 비회원인 서울성락교회 담임 김기동 목사가 10월 28일 제출한 ‘서울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이단성 재심 청원 요청의 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전도) 총회장 정은주 목사가 11월 1일 제출한 ‘다락방 전도운동에 대한 재심의 요청의 건’ 등에 대해서도 이대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예장 개혁(총회장 조경삼 목사)이 요청한 ‘박윤식 목사 이단성 재심 청구안’은 예장 합동 측에서 승소했고, 현재 법원에 계류가 돼 있어 한기총에서 다루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