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안의 법률적 문제점(전용태)

입력 2010-11-28 15:55


지난 2007.10 차별금지법안이 법무부의 입법예고 기간 중 동 법안 제3조 소정의 여러 가지 금지 대상 차별의 범위 가운데 특별히 성적지향 항목이 다른 여러 가지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에 삽입된 데 대한 국민의 반대의견이 제출되어 동 성적지향 항목이 삭제되었다가 결국 입법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동 차별금지법안의 목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헌법 및 국제 인권규범의 이념을 실현하고 전반적인 인권향상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함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동 법안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법무부가 여러 가지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가운데 성적지향 항목을 삭제토록 한 국민의 반대의견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하고 있는 것은 ①차별금지법안의 내용이 법의 목적과 본질에 어긋난다는 법 정신적 측면. ②동성애는 아직 우리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는 국민 정서 측면. ③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헌법 제36조 제1항) 국법 질서 측면. ④동성애를 합법화하면 불치병인 AIDS는 더욱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국민 보건 측면. ⑤이 시대에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혼인율 감소, 이혼율 증가, 저출산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라는 사회 병리 측면으로 요약된다.

당시 제기되었던 성적지향에 대한 반대 이유는 위와 같이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이에 대한 법질서내지 법 정신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문제점을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기본권의 대국가적 공권성 측면이다. 차별금지법안의 여러 가지 차별금지 행위에 있어서 행위자를 보면 법안 제5조에서 누구든지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4조 내지 제36조에서 사용자나 교육기관의 장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을 불이익 조치 금지위반의 행위자 또는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법에서 보장하고자 하는 평등권이 미치는 인적 범위는 공인이든 사인이든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러나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은 원래 대국가적 효력을 가지는 기본권으로서 국가의 입법권·사법권·행정권을 구속하는 공권성을 가지고 있는 권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규정은 문제가 있다. 물론 평등권이 사인 간에도 적용되느냐와 관련하여 평등권의 제3자적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나라마다 그 태도를 달리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학설은 효력부인설·직접적용설·간접적용설이 있는데 이것은 기본권의 성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내지 평등권도 사인간의 침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인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하여야 하나 그 성격상 간접적용되는 기본권으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통설이다. 우리 헌법에서 평등권을 개인에게 직접적용하는 경우 사적자유내지 계약자유의 원칙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으로 평등권의 제3자적 효력을 인정하되 그 사적제한에 한계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철수, 헌법학개론 제326면, 451면)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차별금지법안이 평등권 침해 행위의 주체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더구나 차별금지위반행위에 대하여 민형사상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동 법안 제31조내지 제36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은 입법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차별금지 사유의 몰가치성 측면이다.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차별금지 사유를 보면 성별·장애·병력·나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언어·출신지역·용모 등 신체조건·혼인여부·임신 또는 출산·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종교·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학력·사회적 신분 등을 나열하면서 여기에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과 성적지향도 포함시키고 있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내지 평등권은 모든 기본권을 제약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헌법 제11조의 법 앞의 평등이 절대적 평등은 아니고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는 상대적 평등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의 학설과 판례가 일치하고 있고 이점은 차별금지법안 제3조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법 앞의 평등·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금지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생활 영역에서의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바 차별금지 영역에 관하여는 모든 생활 영역이라 하여 그것이 예사적이냐 열거적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아니하나 여기의 차별금지 사유에는 성별·종교·사회적 신분만을 열거하고 있고 모든 사유라는 표현이 없어 그것이 제한적 열거규정이냐 예시규정이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우리의 학설과 판례는 이 규정을 예시규정으로 보고 있고 또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므로 학력·정치관·건강·연령 등 어떠한 사유로도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 사유에 성별·종교·사회적 신분 외에 여러 가지 사유를 열거하는 태도는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그 차별금지 사유에 범죄의 전력이나 성적지향을 삽입해 놓은 것은 합리적 차별은 금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은 허용하는 평등권 보장의 취지와 법리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성별·종교·사회적 신분 등 대부분의 사유는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가치중립적이고 몰가치적인 사유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지만 성적지향은 그 성격이 다르다. 헌법에 규정된 평등권은 성별·종교·인종과 같은 가치중립적인 요소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피부색이 어떠냐 하는 것도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중립적인 것이므로 차별의 근거와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범죄전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도덕성이나 가치 판단의 문제이므로 직무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직무의 성격상 국가공무원법이 일정한 범위에서 범죄전력이 있는 자의 공직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합리적인 범위에서는 차별의 근거와 사유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의 문제도 그것이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 도덕적으로 선·악의 판단 대상이 되고 옳고 그름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몰가치적인 그 이외의 차별금지 사유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므로 가치적인 성적지향 특히 동성애를 가치중립적인 다른 사유들과 함께 나열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차별금지법안은 그 법안의 목적이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실현하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평등권은 물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체화하는 인권이고 기본권이다. 그러나 동성애는 인간 생래적 천부적으로 이루어진 성의 보편적인 성윤리·바른 성윤리에 반하는 비윤리적인 행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천부적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 보호론자들은 동성애자들이 소수집단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편견과 냉대를 받고 취업제한의 차별을 받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므로 동성애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에는 다양한 소수집단이 있지만 모든 소수집단이 똑같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민족사회 내에서의 소수민족이나 건강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 속에서의 장애인도 소수집단이지만 마피아나 알콜 중독자도 소수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집단에 대한 인권보호가 논의될 수 있는 범주에 소수민족이나 장애인은 포함되지만 알콜 중독자나 마피아집단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평등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 대상으로서의 소수는 단순히 숫자적인 소수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등가치를 전제로 한 수적 소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수민족이나 장애인 집단 등과 윤리적인 면에서 동등한 잣대를 갖다 댈 수 있는 동성애자들이 아니므로 이들에 대하여 소수집단 보호라는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은 부당하다.(2004 부산법조21호, 박영주 변호사). 근대헌법에서 성문화된 평등의 원칙내지 평등권은 고대 정의 관념과 결부된 평등사상과 중세 신 앞의 평등, 근세 법 앞의 평등이라는 평등사상에서 유래된 것이고 평등권이 자연법상 자연권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으로 헌법과 법률의 차별금지 사유를 가치중립적인 것과 가치적인 것, 윤리적으로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구분하여 달리 취급하는 것은 극히 타당한 견해라 할 것이다.

셋째, 국법질서 측면이다. 최고규범인 우리 헌법 제 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헌법이 남녀 간의 결합에 의한 정상적 혼인과 정상적 가족에 대한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민법 친족상속편은 혼인은 1남 1녀가 평생부부로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며 친족법상의 합의로써 당연히 자녀를 출산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종족번식이라는 이념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241조 간통죄는 배우자 있는 남녀가 자신의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간음하는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극도로 비윤리적인 양성애의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현행법 질서는 남자와 남자 또는 여자와 여자의 혼인이나 성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안은 위헌적인 발상이며 만일 동성애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동성 간의 결혼제도를 허용한다면 차별금지내지 평등권의 미명 하에 우리의 현행법 질서는 대혼란이 야기되고 크게 훼손되는 결과가 올 것이다.

넷째, 사인간의 기본권 충돌 측면이다. 위에서 언급한 평등권의 대 사인적 효력과 관련하여 일방 당사자의 기본권과 타방 당사자의 기본권과의 충돌이 문제된다.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3항은 성별·장애인종 출신국가·출신민족·피부색·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차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사유 중 성적지향에 포함된 동성애는 이성애와 달리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의 국민정서, 국민보건, 국민 법 정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극도로 비윤리적이고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안은 교육기관이나 개인이나 누구든지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특히 괴롭힘을 차별로 간주하면서 동성애를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하면 일정한 경우에 차별금지법안상 특별한 민사상의 손해배상책임은 물론이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일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그들은 사랑의 대상이고 그의 인격이나 명예, 감정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괴롭히는 행위가 요건이 충족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권리구제 방법 외에 처벌금지법안 자체에 강력한 민형사 책임을 묻는 강제규정을 둠으로써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괴롭힘의 경우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외에 수치심·모욕감·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도 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괴롭힘의 행위가 너무 주관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죄와 형벌은 그 요건이 엄격한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에 반한다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재규정은 학교나 교회나 개인의 가정에서 동성애에 관해 교육상 행해지는 훈육이나 동성애에 대한 호불호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한 사람의 기본권 존중만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기본권 침해내지 역차별이 된다. 차별금지법안상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있어서도 고의 과실에 관한 입증책임전환을 규정하고 있는 제31조 제1항도 재판 절차에 있어서 상대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상 몇 가지 단점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은 대다수의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되지 아니하고 법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아니하므로 지난 2007년 법무부에서도 이 부분을 삭제하고 결국 입법추진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동성애자나 그 소수집단의 인간적인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불합리하게 침해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며 그 침해 행위에 대하여는 기존 기본권 구제제도나 개별 법률에 의하여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면 위와 같은 무리한 기본법으로가 아니라 개별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동성애자를 사회의 소수집단이라는 차원에서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우리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하여 바른 성문화를 확립하고 이에 관한 국민의 공감대 조성을 위하여 계속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전용태 변호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공동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