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까지 죽어나는데 웬 뚱딴지… 음모론 설 땅 잃어
입력 2010-11-26 18:39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이 천안함 사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시민들은 전쟁 발발에 대한 불안감에 의연히 대처하며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다. 일부 네티즌이 제기한 어설픈 음모론은 어느 곳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비난을 자초했다.
◇천안함 사태와는 다르다=병무청은 지난 23일 북한의 포격이 있은 후 전국 지방병무청 상담센터에 병역 연기 상담자 추이를 긴급 점검했다고 26일 밝혔다. 천안함 사태에 이은 연평도 포격 도발, 잇단 군부대 사고 등으로 군 입대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될까 우려해서다. 천안함 사태 직후에는 해군 지원병이 줄어 군은 지원 자격 완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군 입대 연기 상담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했다”며 “북의 포격으로 민간인이 숨진 데 대한 분노로 애국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은 북을 규탄하며 똘똘 뭉쳤다. 인터넷 포털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 ‘위대한 당의 위대한 력사가 완성되였다’ 등 북한을 찬양하는 글이 오르자 네티즌 수천명이 공분해 비판의 글을 달았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북한 연평도 도발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군사적 대응 중심의 결의문은 찬성할 수 없다”며 반대표를 던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네티즌의 비판을 받았다.
음모론은 금세 힘을 잃었다. 일부 네티즌이 제기한 ‘남한이 일부러 북한을 공격했다’ ‘대포폰이나 민간인 사찰 문제를 덮으려는 수작이다’는 주장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생일 축포를 쐈다’ ‘전쟁 나면 백화점 털러가겠다’는 철없는 글을 올린 네티즌은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규탄의 대상이 분명하다”=전문가들은 연평도 도발은 천안함 사태와 달리 북한의 소행인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스스로 인정했고, 연평도에서 피난한 주민 수백명의 증언으로 폭격 당시 참담한 상황이 드러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 때는 정보가 엄격히 통제돼 침몰 경위와 원인에 대한 내용을 군의 발표에만 의지해야 했다.
북한이 의도적인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숨지게 하는 등 처참한 상황이 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상명대 정대화 교수는 “북한이 양민까지 학살했다는 분명한 사실이 시민들의 마음을 건드렸다”며 “다른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군의 안일한 대응을 주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성재호 교수도 “북한의 도발 행위가 불법적이고 야만적이었다는 사실이 시민들의 분노를 키웠다”고 말했다.
야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까지 북을 비판하면서 여론이 한데 뭉친 것도 한몫했다. 성공회대 허상수 교수는 “사회 각계각층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론도 이를 따라간다”며 “감정이 진정되면 다양한 대북 제제방안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