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조 공룡 매물’… 우리금융 컨소시엄 한발 앞서

입력 2010-11-27 11:16


자산 332조원으로 ‘금융권 1위’인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하나금융의 ‘변심’으로 시들하리라 여겼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앞으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금융권에는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당장 자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에 맞서 국내외 사모펀드, 외국계 은행 등이 다양하게 이합집산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332조원을 잡아라=예금보험공사는 26일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우리금융지주에 11곳, 경남은행에 5곳, 광주은행에 7곳의 잠재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LOI는 단순히 인수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절차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예보는 다음 달 20일 예비입찰을 한다. 이어 본입찰을 거쳐 내년 3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뽑을 방침이다. 경남·광주은행을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해 매각할지 여부는 입찰 이전에 결정한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을 대표로 하는 ‘우리사랑 컨소시엄’,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경영인 모임인 ‘우리은행 비즈니스 클럽’이 대표인 컨소시엄으로 나눠 LOI를 제출했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컨소시엄에는 포스코 KT 같은 대기업 등 재무적 투자자, 해외 투자자 등이 참여했고 9조원에 이르는 투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도 LOI를 제출했다.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 호주의 맥쿼리, 영국의 아비바그룹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짝짓기 계절’ 오나=많은 잠재적 투자자가 등장했지만 금융위와 예보는 어느 정도 허수가 있다고 본다. ‘지분 4% 이상’이라는 매각 기준 탓에 많은 국내외 사모펀드 등이 몰렸지만 예비입찰 등에서 걸러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맞서는 구도였다가 하나금융이 발을 빼면서 잠재적 투자자를 유인했다고 해석했다.

일단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 유효 경쟁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지분 전량을 인수하려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외 사모펀드와 외국계 은행 등이 예비입찰 이전에 ‘짝짓기’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비입찰, 본입찰 등에서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충분히 ‘가격 전쟁’을 벌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연구위원은 “우리금융에 맞서 국내외 사모펀드 등이 이합집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예비입찰에서는 인수 물량을 얼마나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10곳이 모여 지분 40%를 인수한다고 할 수도 있다. 책임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인지 보겠다”고 했다.

◇지방은행 ‘빅뱅’ 온다=경남·광주은행 매각에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기존 후보군이 모두 참여했다. 여기에 해외 사모펀드 등은 우리금융지주, 경남은행, 광주은행에 중복지원을 했다.

경남은행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고려철강 등 지역 상공계가 주축인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산 30조원이 넘는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50조원의 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한다. 사실상 지방은행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광주은행 인수전에는 전북은행, 광주상공회의소 외에 중국 공상은행이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공상은행은 광주은행을 한국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을 생각이다. 광주은행을 통해 현지화에 성공한 뒤 추후 대형은행 M&A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상은행은 총자산 2200조원에 이르는 중국 최대 은행이다. 시가총액(지난해 3월 현재 1750억 달러)으로는 세계 1위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