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도발 징후 포착하고도 “설마…” 포탄 맞은 軍판단력
입력 2010-11-26 20:33
북한의 도발징후를 감지하고도 이를 소홀히 판단한 군의 정보판단력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해안포와 방사포를 발사하기 전 이미 이상징후들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군은 이번에도 이를 간과했다.
군은 2002년 제2 연평해전 당시에도 북한 서해함대에 이상징후를 포착했지만 이를 간과했다가 기습공격을 받았다. 올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태 때도 연어급 잠수정의 행적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훈련으로 간주했다가 초계함이 침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반복되는 정보판단 오류=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정보망에는 북의 연평도 포격 당일인 지난 23일 미그23기 1대의 서해 정찰과 미그기 5대의 전진배치가 포착됐다. 북 서해함대의 배치도 일찌감치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해안포가 개방되고 특히 이번 포격에서 민간에 큰 피해를 준 북의 122㎜ 방사포가 해안포기지 바로 후방으로 전진배치된 사실도 포착했다. 하지만 북이 연평도에 무차별적 지상 공격을 가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대북 감시장비도 잘 갖춰져 있고 위험징후를 알리는 정보들도 다양하게 취합됐지만 결정적인 판단이 미흡했던 셈이다.
정보전문가들은 “북한은 한번 사용했던 방식은 다시 쓰는 법이 없다”며 “우리 군은 북한이 늘 새로운 방식으로 도발한다는 것에 유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의 전술, 전략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북한정보 분석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정보판단 오류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보담당 현역들의 경우 2∼3년간 근무하다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정보업무는 하루 종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과중한 일이지만 혜택은 없는 편이어서 기피 부서가 되고 있다.
정보분석에 종사했던 한 예비역 장군은 “선진국의 경우 정보분석만 수십년간 해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적의 미묘한 움직임도 주의 깊게 분석한다”며 “그러나 우리 군에는 오랜 기간 치밀하게 북한을 들여다보고 분석한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정보공조는 제대로 이뤄졌나=우리 군의 미흡한 대응을 놓고 한·미 당국 간 정보교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군 정보관계자들은 현재 미군과의 중요 정보 공유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U-2와 미 군사위성이 포착한 정밀 영상자료 등 우리 군이 수집하기 힘든 정보들은 사안에 따라 1∼2시간 안에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피해현황에 대한 자료들은 한미연합정보자산에서 파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보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정보 공유에 어려움이 있었고 지금도 극히 일부 정보는 우리 측에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서해안 정찰감시 장비=서해5도 지역에는 우리 군과 미군의 정찰 감시망이 촘촘히 깔려 있다. 우선 성남기지에서 발진하는 백두·금강정찰기가 북한 지역을 매일 정찰하고 있다. 백두정찰기는 적의 통신과 레이더 전파를 수집하는 통신감청용이다. 금강정찰기는 MDL 70∼80㎞ 너머의 각종 군사시설을 촬영한다. 주한미군 정찰기 U-2는 오산 미군기지에서 매일 발진해 휴전선 인근을 동서로 오가며 하루 8∼9시간씩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도 감시장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섬 가장 높은 곳에는 레이더기지가 설치돼 있고 또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돼 북한 움직임을 감시한다. 해안가에는 열상감시장비(TOD)가 가까이 오는 물체를 감시하고 감청부대들은 북한 해군기지의 통신을 감청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징후, 한·미 연합훈련 시에는 주일미군 전자정찰기 RC135가 증파되고 공중조기경보기(AWACS)도 한반도 주변에서 감시활동을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감시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움직임은 대부분 포착된다”며 “특히 서해 쪽은 그간 남북 간 충돌이 적지 않았던 만큼 감시정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