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대통령 조문 바랐는데… “돈도 백도 없어 서럽다”
입력 2010-11-26 20:24
민간인 희생자 빈소 표정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상복도 입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포격으로 희생된 민간인 김치백(61)씨와 배복철(60)씨의 시신이 안치된 인천 구월동 길병원 장례식장 5층 특실에서 26일 만난 배씨의 딸 소영(31·인천 석남동)씨와 지수(21)씨는 고개를 떨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부모님이 헤어진 지는 오래됐지만 아버지를 가끔 만나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에 대한 슬픔과 함께 홀대받는다는 느낌에 서러움이 더욱 북받쳤다. 해병대원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는 대권주자들의 조문 발길이 줄을 잇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민간인 희생자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가 지난 25일 밤늦게 겨우 빈소를 마련했지만 장례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을 의사자로 예우하고 인천광역시장(葬)으로 치러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인천시장(葬)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의사자 예우 문제는 유족들이 보건복지부에 신청하면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싸늘한 답변만 늘어놨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돈도 없고 백도 없는 서민의 죽음’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 소식이 전해진 이날 대통령 대신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빈소를 찾아오자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감정이 폭발했다.
조문을 온 맹 장관이 유족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며 인사하고 나가자, 배씨의 동생 수철(58·인천 도원동)씨의 부인은 맹 장관의 뒤통수에 대고 “노력은 무슨 노력이냐고. 사진 찍으러 왔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배씨의 누나 복순(64)씨는 영정 앞으로 다가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수철씨는 “사망한 군인들은 희생자 대접을 해주는데 민간인은 관심도 없고 사망 사실도 알려주는 곳이 없어 TV를 보고 찾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게 홀대받는 데도 정치인들의 말잔치는 끝이 없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민간인이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억울한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북방한계선(NLL)은 없어지고, 북한이 마음대로 통제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정부의 무능을 성토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승강기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금강산의 박왕자씨 피격 사건이나 금양호 침몰 사건 등에 대해 국민성금을 받아 편법으로 해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고는 국가안보에 관련됐고, 해병대 막사 공사 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맹 장관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