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軍시절 사수 이승연씨 전달 “검사 되고 싶다던 서 하사 유골함에 법전 넣어주세요”
입력 2010-11-26 23:15
검은색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청년이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차려진 분향소에 들어섰다. 고(故) 서정우(22) 하사의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흰 국화꽃 한 송이를 내려놓던 청년은 서 하사의 군대시절 ‘사수’인 이승연(24)씨. 해병대 연평부대 중화기중대에서 근무하던 서 하사가 본부중대에 파견된 지난해 9월부터 2개월 동안 서 하사와 형제처럼 살을 맞대고 지냈다. 이씨는 제대를 앞두고 하던 일을 서 하사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돈독한 사이가 됐다.
이씨는 26일 “검사가 되겠다는 서 하사의 꿈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제대하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준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준비해 온 법전을 서 하사 유족에게 전달했다. 안쪽에는 ‘본부중대 이승연’이라고 적었다. 이씨는 “제대 직전 ‘나중에 법전과 씨름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겁도 난다’고 말했던 서 하사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가져왔다”며 “가족들이 허락한다면 서 하사의 유골함에 함께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법전을 전달받은 서 하사의 작은아버지 서평일(49)씨는 “정우가 사회에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 검사가 되고 싶다고 늘 말하곤 했었다”고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군수도통합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고(故) 문광욱(20) 일병의 입관식이 엄수됐다. 문 일병의 유족들은 “우리 아들 억울해서 어떡해” “이럴 수는 없어”라며 통곡하다가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서 하사의 입관식은 시신 일부가 복원되지 못해 지연되다가 오후 9시20분쯤 입관식이 이뤄졌다.
성남=김수현 이용상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