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낳은 스타 ‘4차원 수영 얼짱’ 정다래

입력 2010-11-26 21:40


“2012년 런던서도 金은 다래 거예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은 선수는 ‘마린보이’ 박태환도,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도 아니었다. ‘수영 얼짱’ ‘4차원 소녀’ 정다래(19·전남수영연맹)였다. 이번 대회 수영 여자 200m 평영 금메달리스트 정다래가 남자를 지목하면 ‘정다래의 남자’로, “다래가, 다래는요∼” 등의 대답은 ‘정다래 어록’으로 표현돼 인터넷에서 들끓었다. 이렇듯 정다래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의 최대 히트 상품이다.

정다래를 25일 광저우 톈허 수영장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정다래는 금메달을 딴 직후 가졌던 공동 기자회견에 비해 한층 성숙된 모습이었지만 4차원 소녀의 모습은 여전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기자에게 “앞머리 정돈 잘 됐느냐”고 물으며 휴대전화 거울을 연신 쳐다봤고, “좀 웃으라”고 하자 “웃는 모습이 별로 안 예쁘게 나온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기자를 당황케 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계획과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할 때는 진중함이 묻어나왔다. 정다래는 “성원에 너무 감사하다”며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의 준비단계로서 더 열심히 해 런던에서 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정다래의 남자’가 누군지 물어봤다. 정다래의 남자란 그녀가 금메달을 땄을 때 펑펑 울며 외친 복싱선수 성동현,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한 개그맨 김경진, 서로 미니홈피 커플 아바타가 된 호준연이다.

근데 난데없이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개그맨 김경진과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다래는 “(김경진과) 같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며 태연히 기자의 취재 수첩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곧이어 “한국 휴대전화는 걸고 받는데 너무 비싸니 현지 로밍폰으로 연락해 달라”며 로밍폰 전화번호도 함께 가르쳐줬다. 정다래는 호준연에 대해선 “그냥 친한 동생”이라고 못 박았다. 성동현과는 인터뷰 내내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혼자서 문자를 보며 킥킥거리기도 했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냐는 질문에 정다래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다래는 “그냥 금메달을 12년 만에 따서 국민들이 좋아해주는 게 아닌가. 그런데 정말 나를 너무 좋아하시나.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다래는 지난 21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묻자 “좀 쉽시다”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래서 “기자회견 이후 무엇을 했나. 좀 쉬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정말 그냥 잠만 잤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이나 TV도 없어서 무료했고, 가끔 경기장에 가서 응원을 하고 시내 구경도 했지만 중국 재래시장에서 역겨운 냄새를 맡아 어지러움과 몸살로 어제는 선수촌에서 주사를 맞고 누워 있었다고 했다.

정다래는 한국에 가자마자 그동안 도와준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난 뒤 곧바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고교를 졸업한 정다래는 내년 동서울대 스포츠레저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창생활은 잠시 접고 내년 초부터 태릉에서 운동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훈련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몸과 마음이 항상 같이 안 따라와 준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 정다래는 사실 이번 광저우에서 그것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단다. 금메달을 딸 때 눈물을 펑펑 흘렸지만 사실 그 눈물 속에 아쉬움도 있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다지 좋지 않았던 몸 상태에서 후회 없는 시합을 했다”고 덧붙였다.

팬과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쏟아냈다.

“기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것은 여러분의 많은 응원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다래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정다래는 끝으로 최근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을 남겼다. “인터넷이 안 돼 친구들 문자로 소식을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깜짝 놀랐고, 너무 안타깝네요.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빨리 상황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