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선 D-1… 여성 후보 마니가 선두

입력 2010-11-26 18:03


대지진의 후유증과 콜레라의 고통에 빠져 있는 아이티에서 19대 대통령 선거(28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9명이지만 현재는 2파전으로 압축된 양상이다.



아이티 현지 조사기관인 브라이즈(BRIDES)가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야권의 미를란드 마니가(70·여·사진) 후보가 36%의 지지율로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아이티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니가 후보는 1988년 취임 뒤 쿠데타로 축출된 레슬리 마니가 대통령의 부인으로, 르네 프레발 현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과 함께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프레발 대통령의 사위인 집권당의 쥬드 셀레스틴(48) 후보는 20.1%의 지지율로 힘겨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전직 가수 출신으로 수도 포르토프랭스 등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미첼 마르텔리(40)를 비롯한 나머지 후보들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로 사실상 대권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마니가 후보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최종 승부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이티 선거 규정상 예선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다득표 후보 2명이 내년 1월 16일로 예정된 2차 투표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2차 투표가 치러질 경우 정파 간 혼란이 극심해지고 프레발 대통령의 막후 지원 작업 등이 맞물리면서 마니가 후보의 대권 장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미 아이티에선 대선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폭력 시위 사태가 2주 전부터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전국을 휩쓸고 있는 콜레라 사태다. 10월 중순 이후 시작된 콜레라 전염병 공식 사망자는 이날 현재 1600명을 넘어섰다. 지난 23일 1415명에서 이틀 새 2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콜레라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도 7만명에 육박했다.

아이티 보건당국 관리들은 “1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는 텐트촌의 위생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콜레라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이런 탓에 집권당은 선거 연기론을 흘리며 시간 벌기에 나서고 있다. 부정 선거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마니가 후보는 “선거가 연기되면 프레발 대통령은 계속 남을 것이고 우리는 이 정부와 함께 새로운 비생산적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연기 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