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본격 한국문학비평… 佛 벨맹-노엘 ‘충격과 교감’

입력 2010-11-26 17:38


‘한 프랑스 비평가의 한국 문학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충격과 교감’(문학과지성사)은 올해 대산문학상 번역 부문 수상자인 프랑스 비평가 장 벨맹-노엘(사진 왼쪽)이 자신의 독서 경험을 토대로 쓴 한국문학에 대한 현장 비평이다.

2003년 서울대 불문과 초빙교수로 1년간 강의한 데 이어 2008년에는 ‘한국문학과의 만남’을 주제로 세 차례 강연했고 프랑스 8대학 제자인 최애영(사진 오른쪽)씨와 호흡을 맞춘 공동번역 텍스트는 미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단 외국인이 쓴 본격적인 한국문학비평이라는 점과 ‘독서의 쾌락’ 자체를 자신의 비평적 글쓰기에 담고자 한 특이한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텍스트 분석가로서 나는 한 작품이 씌었던 역사적 사회적 조건이나 그 작가가 문학의 장에서 아마도 겪었을 영향들, 혹은 그가 따르기를 원했던 미학적 의도들에 대한 고심이 없다. 한 독자가 한 텍스트를 만나는 순간, 그 텍스트 속에는 뭔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있으며, 나는 그것을 감지하고, 나 자신의 독자에게 그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 애쓴다.”(9쪽)

그는 책머리에서 프랑스어 ‘쿠 드 쾨르(coup de coeur·가슴의 일격)’란 표현을 꺼내든다. ‘쿠 드 쾨르’란 자신이 읽은 문학 텍스트에 대한 돌연한 열정을 일컫는다. 예컨대 어떤 문학작품에 돌연한 열정을 느꼈더라도 나를 친 ‘일격’이라는 단어와 2초 정도 뜀박질이 멈추었을 나의 가슴은 사라지고 없을 테지만, 그렇게 예기치 않던 유쾌한 발견이 얼마나 깊은 곳까지 마음을 건드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단어들의 덕택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인훈의 대표작 ‘광장’에 등장하는 ‘갈매기’의 이미지를 그 예로 지목한다. “알다시피 갈매기의 울음소리는 끔찍하다. 찢어질 듯 하고, 반복적이며, 감지할 수 있는 의미라고는 어떤 것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공격성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그 껄끄러운 불협화음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어떤 격렬한 내면의 불화를 엿들을 수 있다. 거기에는 균열이, 상처가 느껴진다.”(38쪽)

소설의 주인공인 석방포로 이명준이 인도로 가는 선박에서 쳐다보는 갈매기는 그저 울어 제끼며 날고 있는 존재다. 작가 역시 갈매기의 등장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러므로 그것에 의미를 만들어주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학 텍스트 자체의 무의식을 분석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글쓰기의 유희에 성공한 보기 드문 비평서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