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3라디오 현지 취재 특집 다큐… 새로운 장애인 교육철학 소개
입력 2010-11-26 17:45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딘에 위치한 캠프힐 공동체에는 장애인 공동체 시설인데도 우울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장애아와 비장애 어린이가 뜨개질, 목공 등의 수공작업을 하면서 서로 성장해나가는 교육방식 덕분에, 캠프힐은 ‘전 세계 장애인의 희망 터전’으로 불린다. ‘캠프힐 교육정신’은 1940년 설립 이래, 전 세계에 퍼져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100여개의 캠프힐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 방송 KBS 3라디오(수도권 FM 104.9Mhz, 전국 AM 1134Mhz)에서 오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오전 7시30분에 방송되는 ‘우리는 캠프힐 친구’에서는 캠프힐의 교육철학, 공동체의 의미를 들려준다. 총 3부작으로 이뤄진 라디오 다큐멘터리로, 내레이션은 정은아가 맡았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은미 KBS PD는 “대다수 지적 장애인 어머니들의 절박한 하소연을 듣고 취재를 시작했다. 실제로 캠프힐을 취재해보니 왜 그곳이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캠프힐 공동체를 통해 이 시대 지적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부 ‘캠프힐 사람들의 가족 만들기’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교류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비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장애인 친구들과 교류를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또한 장애인 친구들도 캠프힐에서는 배려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받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잠재능력을 신장시킨다.
캠프힐 학교는 인지학의 창시자인 독일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가 고안한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토대로 한다. 2부 ‘캠프힐에서 움트는 희망, 캠프힐 교육이야기’는 인간은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사고와 감성, 의지의 균형있는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소개한다.
이 PD는 “국내 장애인 교육시설은 한방에 5∼6명의 장애인들을 ‘수용’하고 ‘보호’한다는 느낌이라면, 캠프힐에서는 지적장애인들의 판단을 그 자체로 존중해주면서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대한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이유는 캠프힐 구성원들이 공유한 교육 철학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상적인 교육을 선보인 캠프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히 국내 장애인 교육시설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장애인 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는 스코틀랜드와 달리, 장애인 교육을 ‘소수자를 위한 시혜’ 정도로 생각하는 국내의 인식은 너무나 편협하다. 한국에서 캠프힐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3부 ‘한국의 캠프힐, 가능성을 엿보다’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지난해 양평에서 문을 연 비인가 대안학교 ‘슈타이너 학교’를 찾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