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어설픈 내 아들 알고 보니 그 녀석의 유전자!…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 ‘스위치’ 12월 2일 개봉
입력 2010-11-26 21:39
다소 이질적인 가정사를 통해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하는 영화라면 한국에는 ‘과속스캔들’이 있다. ‘할리우드판 과속스캔들’ 이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스위치’도 특이한 가정사로 인한 갈등과 사랑을 그린 로맨틱코미디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뉴요커 캐시(제니퍼 애니스톤·오른쪽 사진)는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고 말하는 당찬 여성이다. 혼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그녀는 외모와 학력 등 모든 유전자가 뛰어나 보이는 대학 교수 롤랜드(제프 골드블럼)에게서 정자를 기증받기로 한다. 의료 시술만 하면 모든 게 캐시의 계획대로 끝나는 날. 남몰래 캐시를 짝사랑하던 캐시의 친구 월리(제이슨 베이트먼·왼쪽)는 술에 취한 채 롤랜드의 정자와 자신의 것을 바꿔치기해 버리고, 그 사실을 잊은 채 7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영화는 흥미진진하다. 싱글맘과 그 아이가 사회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는 상처를 영화는 가볍게 풀어내면서도 외면하지 않는다. 흔하진 않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 결혼과 출산, 혈연이라는 정석 외에 가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도 묻는다. 캐시의 친구 월리와 캐시의 아들 세바스찬(토마스 로빈슨)의 코믹 연기가 이런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해준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건 캐시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태어날 아들의 유전자를 고르고 고르던 캐시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아들이 깊은 지식과 지적인 직업, 활기찬 행동과 잘생긴 외모를 갖춘 이가 아니라 하는 일마다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친구라는 것. 원하지 않았을 사실을 인정하고 부족한 인간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변화가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아역을 맡은 토마스 로빈슨의 깜찍함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물론 이 영화에 반감을 느낄 관객도 있을 것이다. 보수적인 관객이라면 정자기증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설정 자체가 거북할 것이고, 그 반대편이라면 사회적으로 건전하고 완벽한(!) 가정에서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는 식의 결말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브래드 피트의 전처 정도로만 주목을 받는 제니퍼 애니스톤의 성숙한 연기가 볼 만하다.
조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단편소설 ‘배스터(Baster)’가 원작이다.
15세 관람가.
2일 12월 2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