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 ‘쩨쩨한 로맨스’… 주인공 호흡 척척, 익살이 넘친다
입력 2010-11-26 17:37
그림을 아무리 그려도 이야기가 재미없어 데뷔하지 못한 만화가와, 외국잡지의 야한 글을 번역하며 돈을 벌던 짝퉁 칼럼니스트가 성인만화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며 펼치는 연애담이 대강의 줄거리다. 최강희가 맡은 ‘다림’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도 없으면서 말과 상상력만 풍부한 캐릭터. 이름난 화백을 아버지로 두었으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고민하는 예비 만화가 역할은 이선균이 맡았다.
백마 탄 왕자와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들의 현실은 제목 그대로 쩨쩨하고 치졸하다.
빈틈과 결점이 많은 남녀가 입으로만 판타지를 이야기하며 사랑에 빠지는 영화니 당연한 것인데, 그래도 로맨틱코미디에는 판타지가 필요하다. 영화 속 현실과 판타지의 간극을 메워 주는 게 곳곳에 삽입된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만화가 석정현이 일러스트 작업을 맡았다.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면 베드신만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시종일관 재기발랄하고 코믹한 게 이 영화의 강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라는 코드를 놓치지 않는다.
섹스칼럼니스트와 성인만화라는 설정 덕에 ‘19금 발칙 연애담’이라는 홍보에 걸맞은 대사들이 쏟아지지만, 로맨틱코미디라는 테두리에 충실한 영화는 쓸데없이 부담스럽거나 끈적거리지 않는다.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건 유머다. 영화가 시작될 때의 예상대로, 주인공 커플은 위기를 맞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당연지사.
결점이 없는 건 아니다. 영화 후반부 주인공들을 서둘러 맺어주기 위해 이야기가 다소 작위적으로 흐르는 것은 이런 종류의 발랄한 영화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어색한 장면도 곳곳에 눈에 띈다. ‘파격’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정석대로 간 듯한 느낌도 든다.
딱 거기까지로 그칠 수 있었을 영화를 빛내는 것은 두 배우의 호흡이다. 최강희는 다림의 매력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소화해냈고, 그 얼굴 자체가 최강희의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영화배우로서 그녀는 실력에 비해 너무 과작(寡作)해 온 것 아닐까. 이선균도 자연스럽게 캐릭터 안에 녹아들어 제 역할을 다했다. 깔끔한 이미지를 버리고 머리를 볶은 그의 외적인 변신도 볼 만하다.
‘방자전’에서 향단 역을,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청순한 커피숍 직원 역을 연기해 눈길을 끈 바 있는 류현경이 이번에도 조연으로 출연해 극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8세가. 12월 2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