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통과 유력한 ‘종교모독금지 결의안’, 소수 기독교인·선교사 박해에 악용될 우려
입력 2010-11-26 17:52
종교 때문에 당하는 차별이나 가혹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종교모독금지 결의안’이 지난 24일 유엔 제3분과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 표시와 이에 따른 폭력 방지에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선언적 의미가 주어졌다. 결의안은 2주 후 유엔총회에서 최종 통과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기독교계는 이번 결의안이 이슬람권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는 ‘신성모독법’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소수 기독교인의 권리와 선교사의 활동을 더욱 제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는 25일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악용을 우려해 반대 의견을 강력히 개진했음에도 유엔은 이슬람평의회(OIC)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가결했다”며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합법성을 갖게 돼 앞으로 대다수 이슬람 국가에서 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신성모독법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나 이슬람교를 훼손하는 표현에 대해 최고 사형 선고까지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파키스탄에서는 한 여성이 신성모독법에 의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아시아 노린이란 여인은 지난해 6월 무함마드를 모독하고 이슬람을 욕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됐다. 노린씨는 국제 종교자유 전문 미디어인 ‘컴파스 디렉트’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고발하고, 거짓 증인의 말만 믿고 재판해서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컴파스 디렉트에 따르면 그녀는 1년간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한 번도 재판석에서 증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픈도어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10년간 10명의 기독교인이 신성모독법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사형 집행 전 괴한들에 의해 목숨을 잃어 소수 기독교인의 종교 자유가 매우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도어는 “이번 결의안 통과로 종교모독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을 통해 특정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보호하고, 개인을 억압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결의안은 종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인류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도어는 올 초부터 결의안 거부 및 신앙 자유를 위한 범세계적 캠페인을 진행했다. 미국과 영국, 한국 등 70개국에서 23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캠페인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막론하고 신앙 때문에 폭력과 차별, 가혹행위 당하는 일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