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자세는' 캐나다 임마누엘신학교 마크 툴루즈 총장
입력 2010-11-26 17:01
[미션라이프] “어떤 사람과 진정한 친구가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내가 옳고 우월하다’는 생각 위에 고집스럽게 서 있어서는 폭력만을 야기할 뿐입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25일 서울 수유리 신학대학원에서 ‘종교다원주의 속의 신학교육’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여기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캐나다 토론토 임마누엘 신학교 마크 툴루스(58) 총장은 한국 교회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으로 여길 만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가 소개한,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는 임마누엘 신학교의 ‘무슬림 프로그램’은 무슬림 이민자들을 위한 평생교육과정과 정식 석사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지역주민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평생교육과정은 ‘무슬림 영성에서 보는 건강 관리’, ‘캐나다 상황에서의 코란’, ‘성 역할과 이슬람’ 등 주제를 다루는 9개 과정이다. 무슬림 강사들이 가르치며 각 10~30명이 수강 중인데 대부분 무슬림 이민자들이지만 기독교인들도 적지 않다. 병원에서 무슬림 환자들을 돌보는 성공회 수녀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무슬림 사제인 ‘이맘’을 위한 석사 과정이다. 목회학석사 과정을 마치면 캐나다에서 원목이나 교목으로 일할 수 있다. 또 연구 중심의 신학석사 과정도 있다. 심지어 임마누엘 신학교는 정식 교원이자 석좌교수로 무슬림 신학자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이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자 툴루스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미국에서도 똑같은 예는 찾을 수 없다”며 파격적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 이유로는 먼저 토론토의 종교적 상황부터 설명했다.
“토론토는 세계 거의 모든 종교인들이 섞여 사는 국제도시인 동시에 북미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도시예요. 이들을 위한 사회·교육 기관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요.”
미국 출신의 역사신학자인 툴루스 총장은 2008년 이 학교에 부임한 직후부터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과 대화해 왔고, 무슬림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는 한편 캐나다에 하루빨리 적응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알게돼 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기독교 신학교가 굳이 나서야 하는가, 종교다원주의 또는 혼합주의에 대한 위험은 없는지 등 여러 의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리는 무슬림과의 관계를 형성, 발전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평화와 자비, 정의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울도 고린도전서에서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처럼 희미하게 보고’ ‘부분밖에 알지 못 한다’고 고백했지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의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진리를 향해 다가갈 수 있고, 그것이 세계를 평화로 이끄는 길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된 ‘봉은사 땅밟기’ 사건에 대해 전해들은 그는 “이 역시 ‘우리가 믿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나온 일”이라면서 “이 일에 대해 젊은 기독교와 불교 대표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먼저 서로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손을 내미는 쪽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은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 남북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해 “이 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남북한 전체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면서도 “내 안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북은 오랜 역사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생각보다 서로에 대한 동질감이 크더라”고 전한 그는 “지혜롭게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과 함께 웃어 보였다.황세원 기자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