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최고도의 위기관리 능력

입력 2010-11-26 17:46

‘위기(crisis)’는 보통 어떤 상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세의 급격한 변화, 또는 어떤 사상(事象)의 결정적 또는 중대한 단계를 보여주는 분수령을 뜻한다. 어원은 그리스어의 ‘분리(分離)’를 뜻하는 말 ‘Krinein’. 원래 철학 용어였으나 회복과 죽음의 분기점이 되는 돌연한 병상(病狀) 변화를 시사하는 의학 용어로 널리 사용됐다.

위기는 인간 개인의 육체·정신적 측면을 비롯해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체제는 물론 국제 관계에서도 왕왕 발생한다. 오늘날 위기의 종류는 한층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경제의 위기, 신용의 위기, 교육의 위기, 가정의 위기, 노년의 위기, 환경의 위기 등 수많은 위기들이 출몰한다. 인류는 위기와 더불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자들은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시대라고 말한다. 앞날을 예측하는 일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부각되고 있다. 위기를 잘 관리해 내는 일은 이제 개인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위기관리의 요체는 ‘위기가 왔을 경우,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빨리 평상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매우 강도 높게 시험받는 나라로 꼽힌다. 그동안 수많은 정치·사회적 위기가 있었고 1997년엔 IMF관리체제란 초유의 경제 위기도 겪었다.

이번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안보 위기를 맞았다. 위기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안보 위기다.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태의 향방을 아무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최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이 발휘돼야만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이 풍부하다. 그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의 파고도 지혜롭게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등 위정자와 정치권, 국민이 합심 단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나쁜 것은 내부의 분열이다. 분열되지 않으면 어떤 위기도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박동수 선임기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