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자주포 진지, 피폭 흔적 수십곳… 곳곳 검게 그을려

입력 2010-11-26 02:24

북의 포격을 받은 서해 연평도 해병부대에는 25일에도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주변 바다에는 여러 척의 해군 경비정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상공에는 헬기가 날아다니는 등 연평도의 모습은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마을에서는 민간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해병대와 해경 특공대만 곳곳에서 열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첫 포격을 받은 해병대 연평부대는 포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부대 뒤편 언덕 기슭에 자리잡은 K-9 자주포 진지 내 5m 높이 단단한 콘크리트 벽은 포탄의 충격으로 가운데 부분에 반경 1m, 깊이 30㎝가량의 홈이 패여 있었다. 주변 벽면도 포탄의 파편으로 수십 곳이 움푹 파였고 곳곳에는 검은 그을음이 남아있었다. 바닥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인 23일 오후 연례 사격훈련을 위해 연평도 남서쪽을 향해 포를 쏘던 해병부대원들은 훈련이 끝날 무렵 갑자기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포탄에 기겁했다. 이경주 하사가 쓰고 있던 철모는 폭발과 함께 일어난 화염에 겉면 위장무늬가 완전히 타버려 철제 표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임준영 상병의 철모도 겉면이 거의 타고 남아 있지 않았다.

임 상병은 “훈련 중 갑자기 포탄이 날아들어 부대원들과 급히 포진지 내 대피호로 몸을 숨겼으나 엄청난 화염이 등을 덮쳤다”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사격 준비를 하고 명령이 떨어진 뒤 즉각 반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중대장 김정수 대위는 “일부에서 대응사격이 늦은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모든 부대원이 포탄이 쏟아지는 중에도 제자리를 지키며 포격 위치를 확인하고 명령을 받아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탄이 떨어지면서 큰 충격과 함께 순식간에 포대가 화염에 휩싸였다”며 “포진지가 선제 폭격을 당했는데도 80발의 대응 사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훌륭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연평도에서도 최전방이자 섬 꼭대기에 위치한 대공 벌컨포대는 경계 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었다. 경계 근무 중이던 한 해병은 “첫 폭격 당시 북한 영해 내 무도 쪽에서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북한군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 해안포 공격을 받은 연평도를 찾았다. 오전 11시20분쯤 헬기로 연평도에 도착한 김 장관은 포격을 받은 연평부대와 면사무도 등 피해지역을 꼼꼼히 살펴봤다. 3시간 정도 현장을 살펴본 김 장관은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을 격려했다.

연평도=공동취재단,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