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연평도 특종 사진 찍은 원지영 옹진군청 공무원 “불바다된 마을 접근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입력 2010-11-25 22:14
“북한이 연평도에서 자행한 어처구니없는 도발행위를 하나라도 더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심정으로 폐허가 된 연평도를 앵글에 담았습니다.”
본보를 비롯해 25일자 주요 신문의 1면에는 북한 해안포 공격으로 형체를 알 수 없게 파괴된 연평도 마을의 사진이 실렸다. 취재진의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황이라 이 사진은 국내 신문은 물론 외신에까지 실리는 세계적인 특종이 됐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인천 옹진군청 기능직 8급 공무원인 원지영(37)씨. 원씨는 지방신문 사진기자 출신으로 5년 전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원씨는 지난 23일 오후 9시쯤 병원선을 타고 송영길 인천시장과 조윤길 옹진군수 등과 함께 연평도를 찾았다. 24일 오전 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이 연평도 일대를 샅샅이 돌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600여장의 사진에 불바다가 된 연평도의 참상을 그대로 담아냈다.
원씨가 처음 셔터를 누른 곳은 대피소였다. 그는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이 전기난로에 의지해 새벽잠을 자고 있는 모습과 집에서 이불을 가지고 와 삼삼오오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가 찾아간 대피소에는 40여명의 주민이 난로도 없이 추위에 떨고 있었고 인근 산에는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었다. 오전 4시쯤 면사무소에서 20여분 동안 사진을 정리해 1차로 옹진군 홈페이지에 올리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바다가 된 마을은 어디나 뜨거워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그때 서서히 동이 텄다. 선착장에서 행정선이 주민 30∼50명을 태우고 10분가량을 바다로 나가 해경 경비함에 옮겨 태우는 일이 수없이 반복됐다. 오전 7시에 240명을 태우고 출발하기로 한 배에 주민들이 몰리면서 원하는 주민 모두를 태우기로 방침이 정해지자 최종적으로 340명가량이 연평도를 떠났다.
피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두 떠나자 그는 마을로 다시 올라왔다. 종합운동장의 잔디구장에 포탄이 떨어져 파인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욕심이 났지만 계속 불타고 있는 민가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옹진수협 옆 골목에 들어서자 상점과 가게가 몰려 있는 곳에 민가가 완파된 모습이 보였다. 본보를 비롯한 대부분 조간신문의 1면을 장식한 사진이 그곳에서 나왔다.
원씨는 “메일도 안 되고, 휴대전화도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면사무소의 컴퓨터가 살아 있어 불바다가 된 연평도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며 “얼마 전에 군 홈페이지 용량을 늘려 놓아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