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 “마라톤 제2의 이봉주 2011년쯤 등장 기대됩니다”

입력 2010-11-25 18:57


“마라톤은 거짓이 없습니다. 연습한 만큼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9)를 지도했던 오인환(51)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은 요즘 제2의 이봉주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25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육상단 챌린지 캠프에서 만난 오 감독은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해 소속 선수들을 이봉주를 이을 재목으로 키우기 위한 훈련에 한창이었다.

“국민들이 마라톤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이봉주 선수 은퇴 이후 마라톤에 대한 우려가 커져 일선에 있는 지도자 입장에서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포스트 이봉주’ 시대를 맞은 오 감독은 소속팀 선수 중 육근태(23)와 권영솔(21) 등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봉주 이후 팀을 새로 구축하는 단계로 아직 기초 단계인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팀을 가다듬고 있다. “우선 내년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그 다음해인 2012년에는 런던올림픽에 도전할 겁니다. 그리고 2013년에는 한국기록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이봉주가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의 한국 마라톤 신기록은 10년째 그대로다. 세계기록은 이보다 짧은 간격으로 경신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한국 마라톤은 황영조, 이봉주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 마라톤이 이전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오 감독은 갈수록 줄어드는 선수층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생활체육으로 마라톤을 하는 인구는 점차 증가했지만 엘리트 체육으로 마라톤을 하는 선수들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마라톤 자체가 힘들어 운동을 하더라도 이를 택하는 선수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선수들이 이전과 같은 훈련 강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이봉주 선수처럼 아무리 훈련양이 많아도 묵묵히 소화하는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자기가 목표를 세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승부욕이 이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한국 마라톤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 감독은 여전히 어린 선수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까지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올해 들어 대학 선수들이 뛰는 걸 보고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선수나 감독들이 전력을 쏟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쯤 되면 좋은 선수가 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