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이에는 이’ 교전규칙에 전투기 폭격 엄두 못 내

입력 2010-11-25 21:42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 당시 서해 상공에 떠 있던 전투기가 해안포를 공격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군 최고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민간인 피해까지 불렀다는 사실 때문에 국회 국방위나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전투기로 공격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하벙커에서 전투 상황 보고받아=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이 이뤄진 직후인 오후 2시40분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로 이동했다. 지하벙커에는 함정 위치 등이 자세히 표시된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를 비롯한 각종 상황보고 장치, 각 군과 직접 연결되는 화상장비, 통신장비 등이 설치돼 있다. 이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도착하자 합참과 교전 현장으로부터 “실제 전투상황입니다”라는 보고를 비롯해 여러 교전 상황과 피해 상황 등이 속속 보고됐다고 한다. 문제는 오후 3시12분 북한군의 2차 도발 이후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2차 공격 13분 후인 오후 3시25분 다시 대응 포격으로 30발을 발사했다. 국회와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때 전투기로 ‘응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전투기 공격을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5일 “1, 2차 북한군의 공격과 우리 군의 대응이 1시간 정도 안에 모두 마무리됐다”며 “한민구 합참의장이 전투기 공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판단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연평도에서는 북한의 실제 공격과 이에 대한 반격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 대통령이 직접 전투를 지휘하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단호히 대응하라’는 일반적인 지침을 내리지 현장 전투를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저것밖에 없느냐”=이 대통령은 교전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상당히 답답해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K-9 자주포로 반격하고 있다는 군의 보고에 “저것밖에 없느냐. 확실하게 반격할 게 없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비행기 폭격은 안 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참모들은 ‘같은 종류의 화기로 대응한다’는 교전규칙을 근거로 전투기 폭격이 어렵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교전이 끝난 뒤 서울 용산 국방부 합참 지휘통제실을 찾아 “민간에 무차별 폭격하는 데는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교전 상황을 지휘하면서 느낀 교전규칙에 대한 답답함을 개선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투기 공격 위해서는 유엔군 사령관 승인 필요=현재 우리 전투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영토 내 해안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월터 샤프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르면 북한 영토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정도 유엔군사령관 측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