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中외교부장 방한 연기 왜?… 내부 사정 이유 일방적 통보

입력 2010-11-26 02:21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두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25일 “중국 외교부가 24일 밤 11시40분쯤 주중 한국 대사관을 통해 내부 일정을 이유로 양제츠 외교부장의 방한 연기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당초 양 부장은 26일 오전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양 부장에게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 농축 등에 관해 중국 입장을 듣고,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었다. 일각에서는 양 부장 방한 일정 취소는 우리측의 협조 요청을 중국이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부장의 방한은 지난 3월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방중에 따른 답방 형식으로 추진돼 온 사안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내부 사정을 들어 다른 국가와 예정된 공식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28일부터 4일 동안 미국의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9만7000t급)가 참가한 가운데 서해상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합동군사훈련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중국 정부는 서해상에 미국의 항모 전단이 진입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천안함 사태 후속 조치로 서해안에서 계획됐었던 한·미 합동훈련도 중국의 반발로 동해에서 열린 바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계획이 공식 발표된 것은 24일 오후였고, 중국이 양 부장의 방한 일정을 취소한 시점은 같은 날 밤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간 북한을 사실상 두둔해온 중국이 북의 포격을 받은 한국에 양 부장을 보내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과 힘을 모아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독일·영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도 동참하고 있는 흐름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점차 가중되는 상황에서 마냥 북한을 편들기도 어렵고, 혈맹인 북한을 서운하게 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남과 북 양쪽에 ‘냉정과 절제’를 촉구하는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는 양 부장 방한 기회에 중국에 분명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움직임을 보여 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는 것을 주저하는 것도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