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北, 에이스 2장 꺼내… 한국, 맞대응 패 없어”
입력 2010-11-25 21:3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에이스 카드 2장을 내밀었는데 한국은 마땅한 패가 없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포커에 비유해 한마디로 정리했다. 북한은 손에 든 카드가 몇 장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부터 잇따라 꺼낸 2장의 카드는 포커에서 가장 강력한 에이스(A)였다. 첫 번째 카드는 지난 20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1000여기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첩보위성에도 포착되지 않을 정도로 극비리에 개발해 온 이 시설을 미국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에게 공개했다.
두 번째 카드는 3일 뒤인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것이다.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때와는 달리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강력한 카드를 잇따라 꺼낸 이유는 뭘까. FT는 우선 김 위원장이 3남 김정은의 후계자 추대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은의 업적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또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유일한 사항이 “작은 양보를 대가로 국제사회에서 돈과 에너지를 공급받으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을 6자회담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포커에서는 보통 강력한 카드를 내놓으면서 더 많은 돈을 내건다. 상대편은 더 강한 카드를 내놓지 못할 경우 고스란히 판돈을 잃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의 에이스 페어에 대응할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신문은 지난달 이 대통령이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북한을 개혁하는 일을 중국에 맡기는 건 절박한 전략처럼 보인다”며 “이는 한국과 미국이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맞대응할 카드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평도 사태를 논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24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는 북한 관련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한국 정부가 아직 안보리 카드를 쓸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 당시 한국은 안보리에 대북 결의를 요청했지만 의장성명 채택에 그친 바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안보리 성명 채택을 희망한다고 25일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미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며 “수일 내에 안보리가 의견을 표명해 상황이 진정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