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서해5도 방위개념 ‘北 상륙전→포격전’ 대비로 전환
입력 2010-11-25 21:38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서해 5도 전력 보강과 관련, “기존 북한군의 상륙전을 상정한 전력 배치에서 포격전을 대비한 전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북한과의 접적지역으로 전략적으로 ‘조기경보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한의 전쟁도발 의지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북한군을 저지해 우리 측에 시간을 벌어주는 지연작전이 실시돼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간 이곳의 전략적 가치는 크게 평가되지 않았다. 도리어 홀대받은 경향이 없지 않다. 북한이 이런 취약점을 노려 포공격으로 연평도를 초토화시킨 뒤에야 우리 군이 전력 정비에 나선 셈이다.
현재 연평도와 소연평도를 방어하는 해병 연평부대는 병력 1200여명, K-9 자주포 6문, 105㎜ 견인포 6문, 90㎜ 해안포, M-48 전차, 벌컨포, 81㎜ 박격포 등을 갖추고 있다.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에 배치된 해병대 6여단은 병력 4000여명, K-9 자주포 6문, 155㎜ 견인포 10여문, 105㎜ 견인포 6문, 90㎜ 해안포, M-48 전차, 벌컨포, 4.2인치 박격포, 81㎜ 박격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사거리 40㎞인 K-9 자주포와 155㎜ 견인포는 북한의 황해도 해안까지 사격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13㎞에 불과한 105㎜와 81㎜, 벌컨포 등은 상륙을 시도하는 전력에 대한 대응수단에 불과하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지점을 파악할 수 있는 대포병 레이더는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4월 배치됐다. 그나마 육군이 40여년간 쓰던 것이다. 대포병 레이더는 이번 북한군의 연평도 1차 공격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반면 우리 측과 마주한 북한군 4군단은 병력이 수만명에 달한다. 사곶과 해주, 개머리, 무도 등 주요 기지에는 130㎜(사거리 27㎞)와 100㎜(20㎞) 76.2㎜ 해안포를 촘촘히 배치해 놓았고 122㎜, 152㎜ 방사포, 170㎜ 곡사포(54㎞) 등도 보유하고 있다. 일부에는 해안포와 방사포를 이중으로 배치해 놓았다. 이번 연평도를 공격한 개머리 기지가 대표적이다. 또 사거리 83∼95㎞에 이르는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안가에 배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서해 5도 해병대와 북한 4군단 전력을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군은 연평도와 백령도 전력을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우선 ‘국방개혁 2020’에 따른 해병대 4000여명 감축 계획을 백지화했다. K-9 자주포 화력도 연평도는 3배, 백령도에는 2배로 보강되고, 적의 갱도 내 해안포 진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 배치도 검토에 들어갔다.
적 도발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최신예 음향표적탐지장비 헤일로(Halo)를 내년까지 배치하고, 고성능 열영상관측장비(TOD)와 광학감시장비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전에도 서해 5도에 대한 전력보강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다”며 “이번에 차질 없이 시행돼야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